오는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금융권에서는 ‘눈치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직 금융인들이 공개적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소속 금융사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개인의 특정 정당 지지 활동은 개인의 자유라지만, 소속 금융 회사명과 직책 등을 공개하는 만큼 금융회사 전체의 정치적인 활동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24일 이재명 후보를 지지 선언한 금융인 명단에 따르면 현직 금융인은 총 19명이다. 이 후보를 선언한 금융인 중 전직의 경우 은행권 등에 대거 포진했으며, 현직 금융인은 보험, 저축은행, 자산운용 등에 상당수가 소속돼 있다.
이 후보 지지 전·현직 금융인 100인은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금융소외계층이 있으며 대한민국에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적인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라며 “우리는 저소득층을 위한 기본대출 등 이재명 후보의 기본금융정책에 찬성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지사직을 수행하면서 보여준 뚜렷한 국정철학과 과감한 실행력은 이러한 금융 대전환을 성공적으로 실천할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지지 선언에 현직 금융인이 속한 금융회사들은 손사래를 치며 명단이 확산하는 것을 막는 데 급급했다. 명단에 포함된 일부 현직 금융인들은 이름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하는 해프닝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 저축은행 관계자는 “개인의 정치 성향을 밝혔을 뿐 회사와는 연관이 전혀 없다”라며 “지지 선언한 임원 역시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B 저축은행 관계자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름이 들어갔다”라며 “명단 공개는 하지 말아달라”라고도 말했다.
C 자산운용 관계자는 “공개적인 지지를 한 적이 없다고 전해 들었다”라고도 일축했다.
금융사에서는 임직원의 정치적 행위를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관치금융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정관계의 개입 가능성이 있는 금융산업의 특성상 정치적 활동이 곧 금융사의 정치적인 견해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이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의 특정 정당 지지 활동은 선거가 끝난 뒤 회사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산업은 신뢰가 중요하지만, 이 같은 정치적인 색깔은 고객의 입장에서 신뢰성에 타격을 줄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금융인이 아닌 개인으로 특정 정당을 지지하더라고 금융회사의 입장으로 비칠 수 있어서 조심스럽다"라며 "고객들한테도 이념 대결로 갈 수 있는 부분이라서 거부감이 생길 수 있어서 민감한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