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급증 현실화…오미크론 대유행 왔다

입력 2022-01-25 14:45 수정 2022-01-2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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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신규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8000명을 넘어선 25일 오전 서울역 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피검자들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신규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8000명을 넘어선 25일 오전 서울역 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피검자들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일일 확진자 수가 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국내에서도 우세종으로 자리 잡으면서 확진자는 당분간 가파른 증가가 예상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5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8571명 늘어 누적 확진자는 74만9979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신규 확진자가 8000 명대를 기록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역대 최다치는 지난달 15일의 7848명이었다.

치명률 델타 변이의 5분의 1이지만…무서운 전파력 부담

방역당국에 따르면 1월 3주(16~22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의 오미크론 변이 검출률은 50%를 돌파했다. 지난달 1일 국내 첫 오미크론 감염자가 확인된 지 52일 만이다.

오미크론 변이는 전파력이 기존 델타 변이보다 2배 이상 높다. 이에 따라 빠른 속도로 확산해 다음 달이면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2만 명대에 달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특히 이달 말 설 연휴에 대규모 인원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확진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중증도는 델타 변이보다 낮다. 방역당국이 국내 확정사례를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은 0.16%로 델타 변이의 치명률(0.8%)보다 5분의 1가량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 그만큼 고위험군도 감염되기 쉽다는 점이다. 방역당국은 오미크론의 중증도가 델타 변이보다 낮다 하더라도, 확진자가 급속히 늘어나면 위중증·사망자 발생 규모가 증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짧은 기간에 대규모 위중증 확진자가 발생하면 방역·의료 대응에 심각한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14일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 한 약국에서 동작구청 관계자가 약사로부터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수령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 한 약국에서 동작구청 관계자가 약사로부터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수령하고 있다. (연합뉴스)

항바이러스제만 효과…항체치료제는 무용

국내에서 사용되는 코로나19 치료제는 셀트리온이 개발한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와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베클루리주'(렘데시비르), 화이자의 먹는 약 '팍스로비드'가 있다. 그러나 렉키로나주는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리제네론과 릴리의 항체치료제에 대한 긴급사용승인을 이날 취소했다.

반면, 항바이러스제인 렘데시비르와 팍스로비드는 입원 및 사망 위험을 80% 이상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 도입된 팍스로비드 초도 물량은 2만1000명분이며, 지금까지 109명에게 처방됐다. 하루 1000명에게 투약할 것이란 기대치에 비해 저조한 숫자다. 방역당국은 우선 투약 가능 연령을 65세에서 60세로 확대했으며, 노인요양시설과 요양병원, 감염병 전담병원까지 공급기관을 늘렸다.

팍스로비드는 병용금기 의약품이 많고, 기저질환으로 인해 이미 해당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점이 처방 확산의 걸림돌이다. 현장에서는 명확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제공되지 않은 상황에서 팍스로비드를 널리 처방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항바이러스제는 내성이 생길 우려가 있어 해외 보건당국 등이 주시하고 있다. FDA는 "모든 바이러스는 치료제에 내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치료제를 승인할 때 내성 여부를 관찰하고 연구 결과를 매달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먹는 약에 대한 내성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 투여 기간이 닷새로 비교적 짧고, 항바이러스제 단일 투여가 아닌 다른 약물과 조합해서 투여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내성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는 엔데믹 기대…국내도 가능할까

해외에서는 오미크론 변이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양상을 엔데믹(풍토병)으로 전환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으로 자리 잡아 대확산세가 정점을 찍은 미국과 유럽 등에서 백신 접종에 광범위한 감염까지 가세해 앞으로 유행 수위가 통제 가능한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관측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사무소의 한스 클루주 소장은 "펜데믹의 끝을 향해 가고 있다고 볼만하다"고 지난 23일(현지시간) 전망했다.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확진자 폭증이 진정되면 상당수가 백신이나 감염으로 면역력을 갖춰 더는 팬데믹 상황에 이르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같은 날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도 "감염 수위가 통제 영역 아래일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일반적인 호흡기 감염병과 함께 묶일 정도로 수준이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WHO 유럽사무소는 유럽 인구의 60%가 3월까지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의 경우에는 인구의 5분의 1이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됐으며, 누적 사망자는 90만 명에 육박했다.

상대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적은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유럽 사례만으로 종식을 예측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유행을 억제한 만큼 방역 상황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불거진다.

하지만 백신 접종 완료율이 85%를 넘길 정도로 높다는 점에서 자연 감염을 통한 예방 효과를 백신으로 대체, 우리나라도 천천히 엔데믹을 향해 나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방지환 서울시 보라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이 자연 감염보다 예방 효과가 뛰어나다는 데이터가 많다"면서 "확진자 숫자가 적다고 해서 종식이 불가능하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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