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매수 기회라는 말에 투자했는데 바닥이 보이지 않네요.”
직장인 성모씨(38)는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맞잡았다. ‘제발…’ 그는 코스피지수가 2800선이 무너진 지난 24일, 700만 원가량을 추가로 주식에 넣었다. 저가 매수를 고민해볼 만하다는 주위의 조언 때문이다.
그러나 코스피지수는 25일 2730선으로 주저앉으며 반등에서 더 멀어졌다. 성모씨는 “어디가 바닥인지 모르겠다”며 “공포스러운 한 주”라고 토로했다.
코스피지수가 1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개미(개인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조기 긴축, 기준금리 인상 우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 등 크고 작은 악재에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크게 조정을 받고 있어서다.
이달 들어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쏟아내는 물량을 받아낸 것은 개인투자자들이었다. 그만큼 손실이 고스란히 개미들의 몫이 된 셈이다.
지난 3~24일 개인투자자들은 6조3793억 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저가 매수 기회라고 판단해 매수에 나서는 이른바 ‘줍줍’에 나선 것이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들은 각각 1799억 원, 5조8192억 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 기간 개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카카오(1조936억 원), 네이버(8616억 원), 삼성전자(8351억 원), 카카오뱅크(5431억 원), 크래프톤(4295억 원), 하이브(2088억 원) 등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금리가 인상되며 성장 종목이 큰 타격을 입었다. 통상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미래 가치를 반영하는 성장 종목은 타격을 받는다. 포트폴리오(자산 구성)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대부분 종목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개인들이 주워 담은 종목 주가는 부진했다. 카카오(-20.00%), 네이버(-13.21%), 삼성전자(-4.09%), 카카오뱅크(-28.81%), 크래프톤(-34.34%), 하이브(-20.63%) 모두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 주식 투자자는 “주가가 빠질 만큼 빠졌다고 판단했다”며 “지금 와서 보니 지하가 있다는 걸 못 본 것”이라고 토로했다.
투자 부담이 커지고, 개미들의 여력을 더욱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가운데 ‘빚투(빚내서 투자)’의 위험성마저 더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빚투로 주식을 사들였던 개미들이 이를 갚지 못해 쏟아진 반대매매는 지난 21일 664억5100만 원에 달했다. 금융투자협회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로 사상 최대 규모다.
같은 날 개인들의 신용거래융자는 22조9473억 원이었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봤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다음 달 반등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며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과 정책 환경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라고 진단했다.
김 센터장은 “올 상반기 증시는 상승 여력보다 바닥을 찾는 노력이 더욱 필요해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이 안정될 조짐을 보이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전환 기대가 형성되면 최근의 하락 추세가 반전될 것”이라면서도 “아직은 연준의 정책 기조가 바뀔 가능성이 크지 않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