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에서는 보기 힘들 것 같던 ‘눈물 정치’가 결국 등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4일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경기도 성남에서 ‘눈물 유세’에 나섰다. 이어 25일에는 더불어민주당이 페이스북에 “울지마라 이재명”이라는 문구와 함께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흑백 사진을 올리며 이 후보의 발언을 공유했다.
이 후보와 민주당이 ‘눈물’을 앞세우기 시작한 것은 유권자들의 감성을 자극해 극적인 효과를 거두는데 성공했던 과거 사례를 염두에 둔 전략으로 풀이된다.
'눈물 정치'의 원조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다. 2002년 '노무현의 눈물'은 선거 광고로 만들어져 유권자의 마음을 흔들었다. 당시 노 후보 측은 “아이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대한민국.이웃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는 대한민국. 노무현의 눈물 한 방울이 대한민국을 바꿉니다. 두 번 생각하면 노무현이 보입니다.”라는 영상을 내보냈다. 유권자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선거일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방영된 이 TV 광고로 노 전 대통령은 단숨에 전세를 뒤집고 50만 표차 승리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7년에는 이명박 당시 후보가 눈물로 적잖은 효과를 봤다. 이 후보는 당시 “경제를 살려달라”는 할머니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부각되면서 강성 보수 이미지를 희석하는데 도움을 얻었다.
‘눈물 정치’가 표심 흔들기에 적지 않은 위력을 보인다는 점이 확인되자 2012년 대선에서는 후보들의 눈물이 홍수를 이뤘다. .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는 선거일을 코앞에 둔 2012년 12월 15년지기 최측근 보좌관이 세상을 떠나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당시 박 후보는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보좌관의 빈소를 매일 방문해 유가족을 위로하고 영결식에도 참석했다. 이날 박 후보는 고인이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보는 내내 눈물을 훔쳤다.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는 대선 주자로 나선 뒤 거의 매달 눈물을 흘렸다. 2012년 9월 쌍용차 해고 노동자 가족 간담회와 10월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 관람 후 각각 눈물을 보였고, 4ㆍ3기념관 방문과 영화 '남영동 1985' 시사회 자리에서도 눈시울을 붉혔다. 또 세종문화회관 토크콘서트에서 부인 김정숙 씨가 편지를 읽어주는 자리에서도 눈물을 보였다.
안철수 후보도 예외가 아니다. 대선을 한달 앞둔 시기 제주를 찾은 당시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4·3사건 희생자 위령비를 둘러본 뒤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갑자기 눈물을 보였다. 그러면서 “4·3 사건은 제주도의 아픔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가 기억해야 하는 역사”라며 울먹였다.
이렇듯 눈물 정치는 감성을 자극해 표심을 이끌어는데 일정 수준의 효과가 있지만, 항상 유효한 것인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국민을 대신해 울어주는 것으로 각인될 때만 효과가 있다고 봐야한다. 순간적으로 북받쳐 우는 것은 그냥 개인감정일 뿐”이라면서 “유권자들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할 경우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