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문은 중대재해처벌법의 모호성이다. 이는 법조계에서도 “판례 축적이 필요하다”며 명확한 해석을 내리지 못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처벌 조항이 모호한 만큼 법원의 판례가 중요할 것”이라며 “이전까지 야기될 기업과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데 초점을 맞춘 법률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는 줄곧 입법 보완을 요구해왔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만난 자리에서 “많은 기업인이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릴 것”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 수정을 강조하기도 했다.
전경련이 코스닥협회와 공동으로 회원사 215개 기업의 안전관리 실무자 43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제점으로 '모호한 법조항(43.2%)'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경영책임자에 대한 과도한 부담(25.7%) △행정·경제적 부담(21.6%) △처벌 불안에 따른 사업위축(8.1%) 등이 이었다.
특히 경영계가 독소 조항으로 꼽는 것은 과도한 경영자 처벌 규정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사망이나 급성중독 등 중대한 사고가 발생하면 경영자가 책임을 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업주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법인에는 50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경총이 중소기업중앙회와 314개 국내 기업(중소기업 249개, 대기업 65개)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 응답 기업의 74.2%가 ‘고의·중과실이 없는 중대산업재해에 대한 경영책임자 처벌 면책규정 마련’을 요구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산업재해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불의의 사고가 잦다”며 “근로자 과실로 인한 사고도 빈번한데 오롯이 경영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은 지나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작업장 안전사고에 대한 예방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대기업보다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무조건적인 처벌이 아니라 안전관리체계 구축 여부 등을 반영하는 유연한 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