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시장 휘청…5대 은행 PB “투자 절반은 무조건 현금 보유해라”

입력 2022-01-26 16:20 수정 2022-01-2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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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 대비ㆍ시장 저점에 재투자 목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12일 트레이더들이 증시를 살피고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12일 트레이더들이 증시를 살피고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최근 자산시장 위축에 따라 주요 시중은행의 PB(프라이빗뱅커)들이 현금 보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갑작스러운 변동성을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시장 저점 타이밍에 다시 투자하려면 ‘총알(현금)’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3000 시대’를 열었던 증시(코스피)는 이제 2700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5000만 원대를 유지했으나 이젠 3000만 대까지 추락했다.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다’는 의미)로 투자에 나섰던 일반 투자자들은 지금이라도 자금을 회수해야 할지, 저점에서 더 투자해야 할 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현금을 확보 최우선”…충격 대비+저점 추가 매수 ‘총알’ 필요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 흐름에서는 현금 확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시장 충격을 감당할 수 있는 체력을 다지고, 추가 매수 기회를 잡을 준비도 동시에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최재산 신한PWM여의도센터 팀장은 “실질적으로 투자하는 분들이라면 올해 시장은 무조건 50%는 현금을 가져간다는 전략으로 생각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시장 충격은 몇 차례 더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식이 계속 떨어지는 건 아니라 지금 같은 변동성은 몇 번 더 올 거라고 예상되는 데 그때마다 저점을 잡기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은 항상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주원 농협은행 WM전문위원도 “환금성 자산인 현금을 일정비율(3~6개월 생활비) 이상 유지해야 한다. 변동성이 커진 시장 상황 패닉에 빠지지 않고 관리와 통제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변동성 대표지수 VIX(공포지수) 움직임 폭이 커짐에 따라 위기 이벤트를 대비해 베타(변동치)가 적은 상품을 권한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시장이 침체기이지만 자금을 바로 빼는 것보다 흐름을 지켜보며 관망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조언도 나왔다. 조현수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PB 팀장은 “더 많은 조정이 올 수도 있지만 지금 손실을 확정하거나, 또는 그간의 이익이 되돌려진 상태에서 나오는 것(돈을 빼는 것)보다 좋은 섹터에, 좋은 투자처라면 견디고 조금 더 반등의 기미가 보일 때 추가 매수를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라고 내다봤다.

다만 위험 자산은 일부 정리하고 부채 관리도 신경 써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박은경 하나은행 골드 PB팀장은 “위험한 자산은 목표수익이 도래했다면 일부는 처분해도 될 것 같다”라면서 “미국에서 금리인상을 한 것도 아니지만 그 자체가 공포스러운 상황이라 선반응을 하는 점이 많지만, (금리 이슈가) 가시화된다면 안정화될 가능성이 있어 공포심을 갖지 말고 차분히 대응하자고 얘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현섭 국민은행 한남PB센터 센터장은 “부채는 신규 대출자도 있고, 기존 대출자도 있는데 금리가 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대출을 축소하는 쪽으로 노력하는 게 좋을 것 같다”라며 “요새는 인터넷뱅킹 등을 통해 5만~10만 원으로 쉽게 원금 일부를 상환할 수 있다. 그런 방식으로 갚아 나가는 습관이 중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갈팡질팡 영끌족’ 은행 예적금 23조 증가…신용대출도 8000억↑

지난해 투자 열풍을 이끌었던 부동산·증시·가상자산 등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올해 들어 커지면서 투자자도 갈 길을 잃은 모양새다. 은행 예·적금이 한 달 새 20조 원이 증가하며 안정적인 자금 운용을 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한편, LG엔솔 등 새로운 투자 기회가 등장했을 때 신용대출이 크게 늘며 여전히 투자에 적극적인 부류도 존재한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우리·신한·하나·NH농협)의 예ㆍ적금, 요구불예금(MMDA 포함)의 합은 이달 24일 기준 1559조7543억 원으로 작년 말보다 23조5941억 원(1.51%) 증가했다.

부동산의 하락세 진입, 증시 및 가상자산 시장 급락 등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자 은행에 자금을 옮겨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은 138조4723억 원에서 139조2909억 원으로 8186억 원(0.59%) 증가했다. 1월 들어 LG엔솔 청약에 114조 원의 자금이 몰리며 신용대출 역시 증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LG엔솔 등 대형 공모주 청약이 있자 하루 만에 한도대출이 5000억 원가량 늘어나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성공 가능성이 큰 투자처가 나오면 빚으로 투자하는 수요가 여전히 존재하면서 당분간 시중 자금의 이동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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