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일터에서 죽음 맞는 사람 없도록"

입력 2022-01-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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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시행 환영하지만 5인 미만제외ㆍ인과관계 추정 조항 빠져 우려
"안전한 근무환경은 기본…법을 제대로 지키면 경영책임자 처벌받는 일 없어"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사람의 가치는 누가 정해주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가치 있는 것이고 누구의 잣대로 훼손하면 안된다"며 "죽으러 일터에 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강조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사람의 가치는 누가 정해주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가치 있는 것이고 누구의 잣대로 훼손하면 안된다"며 "죽으러 일터에 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강조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갑자기 자식을 잃으면 정신이 없고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모른다. 유족들이 정신을 차리고 보면 사건 현장은 치워져있고 증거는 찾기 어렵다. 인과관계 추정 조항이 꼭 필요한데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26일 서울 영등포구 김용균재단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만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이 법자체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에 대해서는 환영한다"면서도 "5인 미만 제외, 인과관계 추정 조항이 빠져서 산업안전보건법 때처럼 산업재해가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다 숨진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산업재해 추방과 노동자 건강권 쟁취 운동, 비정규직 철폐 활동 등에 나서는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의 초대 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 이사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였다. 그가 2020년 8월 26일 올린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관한 청원’이 동의자 10만 명을 돌파하면서 입법이 논의됐다. 그 이후로도 국회와 경제계를 오가며 법안 통과를 위해 활동했다.

김용균 씨가 숨진 후 2020년 일명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됐다. 김 이사장은 "이 법으로는 용균이를 보호할 수 없는데 '김용균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말했다. 그는 "좀 더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게 없을까 찾아보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알게됐다"며 "영국에서 유족이 앞장서서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었다는 얘길 듣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산업 현장에서 사고로 숨진 노동자 10명 중 8명은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소속이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 밖이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2년 뒤인 2024년 1월27일부터 이 법이 적용된다. 김 이사장은 "처음 법을 만들 때 당연히 5인 미만 사업장이 들어가는 줄 알았다"며 "모든 노동자는 안전한 노동환경에서 일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모든 노동자는 안전한 노동환경에서 일할 권리가 있다

김 이사장은 인과관계 추정 조항이 포함되지 않은 점도 우려했다. 기업들이 안전에 투자해 중대재해를 막으려고 하기보다 사고와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인과관계 증명을 어렵게 만들어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유족들은 뭘 조사해야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사고 현장에 가보면 증거가 남아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찾기 힘들어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합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유족이 사건을 파헤칠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회사 잘못이 아니란 걸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이틀 앞둔 25일 개정안이 발의됐다.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에는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전면 적용하고, 기존 법령보다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명확히 했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에 대한 증거를 인멸했을 경우,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추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그동안 안전에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문제"였다며 "경영자들이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안전에 더 신경 쓰고 투자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그동안 안전에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문제"였다며 "경영자들이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안전에 더 신경 쓰고 투자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경영책임자의 처벌이 과도하다는 기업 입장에 대해 김 이사장은 "회사가 안전한 근무환경을 만드는 일은 당연한 것"이라며 "법을 제대로 지킨다면 경영책임자가 처벌받는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그동안 안전을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문제"였다며 "경영자들이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안전에 더 신경 쓰고 투자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아들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라고 언론에 요구했다. 이전 다른 산재사고 사망자들은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가 돼 익명으로 보도됐다. 그는 "용균이가 무슨 잘못을 해 모자이크를 해야하나 싶었다. 범죄자들을 주로 모자이크 처리 하지 않나. 못마땅했다"며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면서 누군가의 아들이고 친구이고 이웃으로 보여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사람의 가치는 누가 정해주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가치 있는 것이고 누구의 잣대로 훼손하면 안된다"며 "죽으러 일터에 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죽임을 당해야 하는 사람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자들이 당장 먹고살기 바쁘고 비정규직이라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나서지 않으면 달라지지 않는다"며 "혼자 싸우기 힘들면 힘을 모아 단체를 만들어 끊임없이 요구하면 기업들도 정의에 반하는 행동은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개정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드는 것이 선례도 없고 힘든 싸움이었다"며 "정치는 정치인들만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지금은 국민 누구나 할 수 있고 힘을 합치면 국회가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일터에서 죽음을 맞는 사람들이 없도록 끝까지 해낼 것"이라는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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