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회의원이 신고한 아파트 재산이 시세보다 크게 축소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은 신고액과 시세가 최고 51억 가까이 차이 났다. 또 국회의원들이 신고한 아파트 재산은 문재인 정권 아래 80% 넘게 상승하는 등 시세 차익을 누린 것으로 드러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여야 대선 후보에 공직자 재산신고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경실련은 27일 서울시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1대 국회의원 아파트 재산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경실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국회의원 아파트 재산 신고가액은 총 1840억 원이었는데 신고 시점 기준 해당 아파트의 시세는 총 2975억 원으로, 국회의원이 신고한 재산이 시세의 62% 수준에 그쳤다.
재산 축소 신고는 거대 여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파트 재산을 1인 평균 6억2000만 원으로 신고했는데 시세는 이보다 4억 원 더 많은 10억2000만 원이었다. 국민의힘 의원이 신고한 아파트 재산은 1인 평균 11억1000만 원이었는데 시세는 17억9000만 원으로 6억8000만 원 축소 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거대 여야 모두 신고액 대비 시세반영율이 60%대로 비슷했다.
국회의원 가운데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아파트 재산을 가장 축소 신고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3월 아파트 재산 81억8000만 원을 신고했는데 시세는 132억8000만 원으로 50억9000만 원이나 적게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세반영률도 62%였다.
정택수 경실련 정책국 부장은 “3월이면 2022년도 공직자 재산 신고액이 공개될 예정이다. 아파트 재산이 작년 12월 시세를 반영해 신고된다면, 올해는 1인 평균 아파트 재산이 15억9000만 원이어야 한다”며 “박덕흠 의원의 경우 강남 아이파크를 91억 원, 송파구 아시아선수촌 아파트를 43억 원, 옥천군 하늘빛아파트를 2억6000만 원 등 아파트 재산만 137억 원 신고해야 정확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시세와 다르게 아파트 재산이 신고된 것과 관련해 경실련은 공직자들의 부동산 재산신고제도의 허점을 지적했다. 정지웅 변호사(경실련 시민입법위원회 위원장)는 “공직자들의 부동산 재산신고는 관련법에 따라 공시가격과 실제 거래 금액 중 더 높은 금액으로 신고하게 돼 있는데 실거래 금액을 본인 기준 실거래로 국한해 해석해 대부분 공직자가 시세보다 낮은 공시가격으로 재산을 신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령 국회의원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기 전 실거래를 했다면 그 가격을 기준으로 재산을 신고하기 때문에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공시가격 수준으로 재산을 신고해 국민에게 축소된 재산이 공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국회의원이 신고한 아파트 가격 상승률도 공개했다. 아파트 1채당 평균 가격은 7억1000만 원이었는데 4년 반 동안 5억8000만 원(82%) 올라 12억 9000만 원이 됐다.
이에 정 부장은 “국회의원들은 5년간 아파트 보유만으로 수억의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아파트값 많이 오른 걸 계속 지적하고 있는데 국회에서조차 집값 잡는 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국회의원들이 고가의 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지 않은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상승액이 큰 아파트는 주호영, 박병석, 이상직 의원이 신고한 반포주공 1단지로, 4년 반 동안 상승액이 전용 140㎡ 기준 32억8000만 원으로 상승률이 108%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경실련은 현행 공직자 재산신고제도의 허점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했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독립생계유지, 타인부양 등의 이유로 가족 재산 고지를 거부할 수 있다. 실제로 294명의 의원 중 36%인 105명이 가족 154명의 재산 고지를 거부했다. 또 공시가격과 실거래 가격 중 높은 가격을 신고하도록 한 부분 중 실거래 가격 기준이 시장 실거래 가격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실련은 △2월 말까지 고위공직자 재산신고 시 시세대로 투명하게 신고할 것 △여야 대선후보는 가족 재산 고지 거부 폐지를 공약할 것 △각 정당은 다주택 보유, 부동산 부자를 배제한 공천을 약속할 것 △더불어민주당은 21대 총선 당시 약속한 다주택 매각 서약을 속히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