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반도체 민족주의…독일 정부, 대만 글로벌웨이퍼스의 실트로닉 인수 사실상 저지

입력 2022-01-2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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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기한 31일 앞두고 아무런 결정 내리지 않아
전날 엔비디아의 ARM 인수 무산 위기 소식도
코로나로 반도체 공급 어려워지자 각국 반도체 지키기 나서

▲글로벌웨이퍼스 CI. 출처 글로벌웨이퍼스 웹사이트
▲글로벌웨이퍼스 CI. 출처 글로벌웨이퍼스 웹사이트
반도체 공급 문제가 지속하면서 전 세계에서 자국 기업을 지키려는 이른바 ‘반도체 민족주의’가 커지고 있다.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영국 등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놓인 가운데 이번엔 독일 정부가 대만 기업의 인수 거래를 막아섰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독일 정부가 대만 실리콘 웨이퍼 제조업체 글로벌웨이퍼스의 실트로닉 인수를 무산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글로벌웨이퍼스는 독일 실트로닉을 50억 달러(약 6조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후 독일 규제 당국이 관련 조사에 착수했지만, 손도 못 쓰고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승인 기한이 31일까지인데 아직 당국이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거래는 성사되지 않는다.

웨이퍼는 반도체 핵심 소재일뿐더러 유럽과 중국, 대만 간 정치적 긴장으로 인해 양사 합병은 세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지난주 중국 규제 당국이 양사 거래를 조건부 승인하면서 독일의 결정만 남겨놓은 상황이었다. 독일 경제부도 1년 넘도록 면밀히 인수 방안을 심사했지만, 끝내 입찰에 회의적인 입장을 바꾸지 못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반도체 공급 문제가 장기화하면서 전 세계 각국은 반도체 기술을 국가 안보의 최우선 문제로 삼기 시작했다. 당장 독일만 해도 2020년 핵심 인프라로써 반도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 기업 인수에 대한 규칙을 강화한 상태다. 이 같은 이유로 글로벌 반도체 업계 인수 거래는 점점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전날엔 미국 엔비디아가 영국 ARM과의 인수 작업을 포기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400억 달러가 달린 빅딜이었지만, 거래 과정에서 규제 당국들이 엔비디아의 권한 강화를 문제 삼았다.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지난해 7월 1차 조사를 마친 후 “엔비디아 거래는 경쟁에 있어 심각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역시 ARM의 지식재산권 피해 관련 문제를 거론하며 거래를 방해했다.

블룸버그는 “장기간의 반도체 위기 이후 글로벌 반도체 인수 거래에 역풍이 커지고 있다”며 “독일 정부가 마감일까지 승인하지 않으면 이번 거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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