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後 기업의 체감물가 상승에...통화정책 파급효과 ↓ 우려

입력 2022-01-28 12:00 수정 2022-01-2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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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가격경직성이 완화됐지만, 기업 간 가격경직성의 이질성은 확대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기업의 이 같은 변화는 향후 중앙은행이 시행하는 통화정책의 파급효과를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제기됐다.

남윤미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부연구위원은 28일 발표한 '기업의 가격설정행태 및 기대인플레이션의 특징과 시사점'(조사통계월보)를 통해 2020년 상황의존형 방식으로 가격을 점검하는 기업(48%)은 2016년(36%)보다 12%p 늘었다고 밝혔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상황의존형 방식 비중이 증가할 경우 가격변동요인이 가격에 반영되는 시차가 감소한다. 통화정책 효과가 약화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또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가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기업 비중은 감소한 반면, 이들 기업의 가격점검주기는 길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16년 매월 점검한다 응답한 비중이 33%에서 2020년 22%로 하락했고, 매 분기 점검하는 비중이 29%에서 41%로 대폭 상승했다.

점검 이후 가격 조정에 착수하는 기업들의 양극화 또한 두드러졌다. 가격을 인상한 기업 중 가격 인상 폭이 5% 이하인 기업비중이 63%에서 71%로, 가격 인상 폭이 16% 이상인 기업 비중이 4%에서 10%로 큰 폭 상승했다.

가격 인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격 인하 폭이 5% 이하인 기업 비중이 48%에서 58%로 상승하고 가격 인하 폭이 16% 이상인 기업 비중도 11%에서 15%로 상승했다.

가격을 인상할 때보다 가격을 인하할 때 더 여러 번에 걸쳐 가격조정이 이루어지는 경향 또한 포착했다.

설문결과에서 2019년 중 기업의 가격인하횟수 평균치는 3.72회로 가격인상횟수 평균치인 2.38회보다 높게 나타난다. 또한 가격을 인상한 기업 중 66%가 연 1회 인상했지만 가격을 인하한 기업의 62%가 연 2회 이상 인하했다고 응답했다.

연구에서는 가격인상요인 발생 시 고객 이탈에 따른 부담 등으로 가격조정빈도가 줄어들기 때문이라 추측했다.

남 부연구위원은 "개별 기업의 특성에 따라 가격 경직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분석했다"라며 "비제조업보다 제조업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단골고객ㆍ장기계약 고객 비중이 낮은 기업이, 공공기관보다 사기업 및 일반 소비자 고객의 비중이 높은 기업의 가격 경직성이 약하다"라고 갈음했다.

통화정책과 물가 변동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기업 기대인플레이션에 대한 조사도 병행했다.

해당 연구에서는 기업들에 설문 시점을 기준으로 향후 1년간 인플레이션에 대해 예상하는 수준을 질문했다. 향후 1년간 인플레이션에 대한 예상치는 평균 10.6%(최빈값 10.0%)로 나타났다. 동일시점의 소비자 기대인플레이션이 1.8%로 나타난 것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지난 1년간 인플레이션을 실제 수치보다 과대하게 인식하고 있는 점 또한 두드러졌다. 국내 기업들의 지난 1년간 인플레이션에 대한 인식수준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평균 9.7%(최빈값 7.0%)를 기록했다. 실제 인플레이션과 기업들의 인식 수준 간에 큰 괴리가 존재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특히 제조업 기업들의 경우 평균 10.2%, 비제조업의 경우 9.3%로 제조업이 비제조업보다 과거 인플레이션을 더 높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원자재 가격이 크게 상승해 체감물가가 상승하고, 기업경영에서 거시지표 활용 정도가 낮아져서"라며 "물가안정목표제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다는 점 또한 영향을 미쳤다"라고 설명했다.

연구는 기업들의 가격 결정행태가 정책파급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짚었다.

남 부연구위원은 "통화정책 파급력은 가격 경직성을 기반으로 이뤄진다"라며 "통화정책이 결국은 실제 이자율의 변화에 따라 파급효과를 가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격경직성이 강할 경우 정책금리가 변동할 때 실질이자율이 크게 변동한다. 따라서, 소비, 투자에서의 의사결정 변화가 일어나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커지게 된다. 반대로 가격 경직성이 완화될 경우 변동 가능성이 크지 않아 정책이 미치는 영향이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연구는 실제 인플레이션에 대한 인식과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중앙은행이 커뮤니케이션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내 기업의 기대인플레이션이 물가안정 목표 수준보다 훨씬 높게 형성되어 있는 상황이다.

남 부연구위원은 "기업들이 물가안정목표제에 대한 인식수준이 낮다"라며 "중앙은행이 기업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보다 활성화해 통화정책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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