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합의재판 기준 2억→5억…법조계 “국민에 너무 큰 금액, 보완해야”

입력 2022-01-2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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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뉴시스)
▲대법원 (뉴시스)

3월부터 민사소송 1심의 단독재판부와 합의부 배당 여부를 결정하는 소가 기준이 2억 원 이상에서 5억 원 이상으로 상향된다. 법조계에서는 5억 원이라는 기준이 국민 경제 수준과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과 함께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보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지난해 말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민사‧가사소송 사물관할 규칙 개정안’ 입법예고에 따르면 1심 민사사건 중 소가 5억 원을 초과하는 사건은 지방법원 합의부로, 5억 원 이하는 단독재판부로 배당된다.

이에 따라 속도가 더딘 민사소송 절차가 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대법원에 따르면 민사 1심 첫 기일 지정 소요기간이 2018년 116.4일에서 지난해 상반기 141.9일로 늘었다. 법원은 사건 적체 상황이 심각하고 최근 장기미제율까지 급격하게 증가했다고 보고 있다.

소가 기준이 높아지며 합의부보다 단독재판부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3명의 판사가 참여하던 합의부가 3개의 단독재판부가 되면 재판부 수가 증가하고 사건 당 심리시간을 충분하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법관 증원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인다.

국민, 단독재판부보다 합의부 더 선호

반면, 기준 액수가 2억 원 초과에서 5억 원 초과로 급증하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민사소송 전문인 한 변호사는 “국민의 경제생활 수준을 미뤄볼 때 5억 원이라는 것은 일반 국민에게 너무 큰 금액”이라며 “대법원이 정한 기준이 적당한지 잘 모르겠고 과연 국민의 의사를 반영한 건지도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2021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0년 접수된 민사사건 92만6408건 중 소액사건은 70.8%(65만5827건), 단독판사 사건은 23.6%(21만8521건), 합의부 사건은 5.6%(5만2060건)으로 나타났다. 가사소송 다류사건(이혼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등)의 합의부 사건은 전체 건수 4822건 가운데 6.5%(315건)으로 확인됐다. 결국 민사 사건 중 약 6%만 합의부에서 다뤄지는 상황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단독재판부보다 합의부 재판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판사 한 명이 전권을 가지는 단독재판부보다 여러 판사가 서로 상호보완을 할 수 있는 합의부를 더 신뢰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소가 기준이 높아지며 합의부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법조계 일각에서 소가 기준 상향이 국민의 경제 수준과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국회에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대법원규칙으로 정해지던 민사소송 소가 기준을 국회가 법률로 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뉴시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뉴시스)

최기상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합의부에서 재판받고자 하는 국민의 요구를 외면한 법원의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이 있다”며 “국민들이 단독과 합의부 중 어느 재판부에서 재판 받을 것인지는 재판의 당사자인 국민에게 아주 중요한 내용으로서 국민의 대표인 입법부가 신중한 논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벌써 개선 입법발의 vs 법조계 “다양한 조건 고려한 방안 마련 필요”

국회가 소가의 기준을 정하는 것이 삼권분립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대법원이 국민 경제 수준과 괴리된 높은 기준을 제시하면 국회 등이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영민 법무법인 천우 변호사는 “재판부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사소송 기준 소가를 올리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왜 5억 원인지 국민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에게 전권을 주기 보다는 상한이나 하한을 정하는 등 어느 정도의 선을 제시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의 민사소송 전문 변호사는 “천편일률적으로 금액을 기준으로만 합의와 단독을 나누기 보다는 다른 다양한 조건들도 고려해 국민들이 원한다면 합의부에서 재판받을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을 고민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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