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선대위, 철통검열에 ‘맹탕공약’만…“무난함보단 과감해야”

입력 2022-01-30 10:00 수정 2022-01-3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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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시리즈 죽고 탈모 빼고는 흥행공약 없어
"‘시아버지·시어머니’ 많은 탓…낯설면 일단 보류시켜"
후보 드라이브도 안 먹혀…김포공항 이전ㆍ개발이익 가상자산 막혀
李 '미련'만…"공항 존치 계속 검토…가상자산 이익공유 하고 싶어"
지지율 정체 상황에 당내 비판…"표심 움직이려면 과감함 필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연일 크고 작은 공약들을 쏟아내지만 단번에 떠오르는 ‘킬러 콘텐츠’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에선 선거대책위원회의 검열이 지나친 탓이라고 토로한다.

이 후보는 경제정책을 포괄하는 ‘신경제’ 등 굵직한 공약들을 비롯해 세부적인 사안을 다루는 소확행 공약들까지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탈모 치료제 국민건강보험 적용 확대 정도만 세간의 관심을 끌고 여태 ‘시그니처’라 할 만한 흥행 공약은 내지 못하고 있다.

거기다 애초 이 후보가 수년간 대표적 비전으로 내세운 기본소득을 비롯한 기본시리즈도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뭇매를 맞으며 한 발 물러선 상태다. 현재는 농촌과 청년, 문화·예술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부분 기본소득을 제시하는 데 그치고 있다.

당내에선 그 원인으로 선대위 내 검열을 지목한다. 공약 제안을 해도 제기될 수 있는 비판 등에 대한 우려로 공약화가 막히거나 나오더라도 무난한 표현과 내용으로 수정된다는 것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관심을 끌 만한 공약 제안들을 여럿 했지만 선대위에 ‘시아버지·시어머니’들이 너무 많아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나와도 재미없게 나오기 일쑤다”며 “특히 낯선 분야의 내용이면 일단 보류하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이는 이 후보가 직접 드라이브를 걸어도 마찬가지다. 기본시리즈가 한 풀 꺾인 것 외에도 김포공항 이전을 통한 대규모 주택 공급, 부동산 개발이익을 가상자산을 발급해 공유하는 구상도 내부 검토만 되고 공식 공약화는 되지 못했다. 이 후보의 ‘미련’이 서린 발언들만 남았다.

김포공항 이전에 대해선 이 후보가 지난 23일 존치한 상태에서 주변에 20만 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존치 여부는 계속 검토할 계획”이라며 “유럽에서는 국내 단거리 항공노선을 폐지하고 육상노선으로 대체하는 중이다. 철도 효율이 높고 탄소제로를 해야 하는데 비행기의 화석연료 사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부동산 개발이익 공유 가상자산에 대해서도 이 후보는 지난 19일 가상자산거래소 현장간담회에서 “국민주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대규모 개발에 대한 이익을 나누는 참여 권리를 주고 그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게 하면, 참여 기회 자체를 팔 수 있게 가상자산과 결합하면 안정성이 높아지고 시장이 커지면서 이익이 더 생길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공감대가 있으면 하고 싶다”며 동석한 거래소 대표들에 의견을 구했다.

이 때문에 이 후보는 텔레그램을 통해 선대위 정책본부에 “국면을 뒤집을 큰 화두나 전략 정책이 안 보인다”고 다그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최고위원은 “이 후보를 찍으면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콘셉트로 선거 캠페인을 하고 있는데, 정작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각인시킬 킬러 콘텐츠는 딱히 없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선 이런 상황 때문에 지지율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의원은 “표심을 움직이려면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과감한 내용을 낼 필요가 있는데 선대위 검열을 통해 너무 안정적인 내용으로만 나온다”며 “이렇게 무난하게 가면 무난하게 질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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