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속속 등장하는 가상자산 공약에…현실성은 '?'

입력 2022-02-0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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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공약을 선점하려는 대선 후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달 19일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서울 강남구 한 가상자산 거래소를 찾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역시 비슷한 시각 디지털자산 투자자 보호 공약을 공개, 맞불을 놨다.

2030 표심을 잡기 위한 행보로 풀이되지만, 세부적인 공약 내용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뉴시스)

◇독립기구 신설에는 한목소리…'감독원' vs '청 '지위 상이

여야 후보 모두 독립 기구 신설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중이다. 가상자산을 둘러싼 시세조종 등 불공정행위가 불거지고 있고, 금융위원회 등 당국에서 가상자산에 대해 그간 부정적인 발언을 내어놨던 만큼 독립 기구를 만들어 따로 관리·감독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두 후보가 구상하고 있는 기구의 지위는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에서는 ‘디지털자산관리감독원’을 설계 중이다. 민주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노웅래 의원은 지난해 12월부터 관련 토론회를 직접 주재하며 공약을 구체화하고 있다. 기준 없는 가상자산 상장 및 폐지, 작전 세력의 시세조작, 불법 다단계 판매 등을 근절하기 위한 투자자 보호책을 강구 중이다.

여당에서 구상 중인 독립기구의 지위는 현 금융감독원과 유사한 법인 형태로, 가상자산에 대한 검사ㆍ감독 업무를 수행한다.

반면 야당에서는 감독원이 아닌 ‘청’ 형태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달 19일 윤 후보는 디지털자산 공약을 발표, 디지털산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디지털산업진흥청을 설립하겠다 밝혔다. 여당에서 독립기구 설립 의사를 내비친 지 한 달 후 내건 공약이었다. △재정ㆍ세재(기재부) △거래소 관리ㆍ감독(금융위원회) △기술개발(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재양성(교육부) △산업진흥(산업부) 등 관계 부처와 협업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감독원과 청으로 독립 기구의 지위를 다르게 상정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더욱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업계 전문가는 “진흥청은 메인 부처의 산하기관으로, 정책이 결정된 후 지원 사업을 전담하는 기구라 전반의 정책결정권이나 관리·감독권을 갖기는 어렵다”라며 “기구의 지위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 로이터연합뉴스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 로이터연합뉴스

◇ICO, IEO, STO…"관심 좋지만, 정책 디테일 부족해"

코인 발행 프로젝트에 대한 공약차도 두드러졌다. 이 후보는 국내 ICO(Initial Coin Offeringㆍ초기 코인 공개)에, 윤 후보는 IEO(Initial Exchange Offeringㆍ초기 거래소 공개)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19일 가상자산 거래소 현장 간담회 자리에서 “국내 ICO가 법적 근거도 없이 (법무부 판단으로) 금지돼 있어 외국에서 상장된 코인을 거래하니 일종의 국부 유출”이라며 “ICO를 통해 국민이 자유롭게 투자하고 자산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적극적으로 표명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ICO를 진행하는 업체는 디지털자산 관리감독원을 통해 신고제로 관리될 예정이다. ICO의 사기성 여부에 대해 지속적인 관리 및 모니터링이 진행된다. 국내 규제를 피해 싱가포르 등지에 나가 있는 코인 프로젝트를 국내로 되돌린다는 구상이다.

윤 후보는 더 나아가 IEO 방식부터 도입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ICO 방식을 전면적으로 채택할 경우 다단계 사기 등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안전장치가 마련된 IEO를 선제적으로 채택하겠다는 것이다.

IEO는 투자자가 거래소를 통해 코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으로, 거래소가 중개인이 되는 방식이다. ICO는 중재 및 매개자가 없이 투자자가 직접 코인 프로젝트에 투자한다.

한편 업계에서는 2030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고민 없이 성급하게 공약을 내놨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IEO를 ICO의 안전장치로 도입하겠다는 것은 상충하는 두 가지 정책을 동시에 시행하겠다는 것”이라며 “IEO는 투자자 보호 장치가 전혀 없고, 거래소가 프로젝트에 과도한 상장피(수수료) 요구나 코인 물량 요구 등 불공정행위가 일방적으로 이뤄진다”라고 지적했다.

현 거래소 중심의 불균형한 유통시장을 고려하지 않고, 공약 차별화를 위해 무리수를 던졌다는 것이다.

한편 이 후보가 열을 올리고 있는 STO(Security Token Offeringㆍ증권형 토큰 제공)에 대한 우려도 교차했다. 이 후보는 ICO 허용을 연결고리로 삼아 가상자산을 통한 부동산 개발이익 전 국민 공유 공약을 구상 중이다. 김포공항 이전을 전제로 대규모 개발을 추진하고, 가상자산을 발급해 전 국민에게 투자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이 후보가 선대위 정책본부에 텔레그램을 통해 “국면을 뒤집을 큰 화두나 전략 정책이 안 보인다”고 다그친 만큼, 시국 전환용 공약 필요성을 느끼고 있어서다. 지난달 거래소 대표들과의 자리에서도 공감대가 있다면 부동산 가상자산 발행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 또한 구체적인 바탕이 마련돼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STO와 기존 디지털자산의 이질성이 고려돼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증권 발행 절차를 따라야 할지, 디지털자산의 발행 절차를 따로 마련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 또한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는 이 후보의 공약과 관련해 “STO는 자산의 성격과 목적이 기존 디지털자산과 다르다”라며 “STO는 반드시 별도의 정책플랫폼에서 발행ㆍ유통돼야 한다”라고 짚기도 했다.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업계에 대한 두 후보의 관심은 좋지만, 정책 세심함이 부족하지 않나”라며 “부동산이나 세금처럼 원하는 키워드가 있고 가상자산을 끼워 맞추는 게 아닌가 싶어 걱정”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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