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방역패스’ 완화하는데 우리는 '거리두기' 연장…왜 다를까?

입력 2022-02-0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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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변이 검출률이 80%를 넘어서면서 우리나라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만 명이 넘는 대유행에 들어섰다. 정부는 신속항원검사 후 PCR(유전자 증폭) 검사 등 새로운 방역 시스템을 가동하는 한편, 사적 모임 6인 제한과 오후 9시 영업시간 제한 등 현재의 사회적 거리두리를 2주 연장하기로 했다.

높은 전파력에 비해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으로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방역패스 해제와 영업 시간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방역당국은 우리나라와 유럽은 처한 상황에 달라 규제 완화를 적용시키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위중증과 치명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경우 계절 독감과 유사한 일상적 방역·의료체계로의 전환 가능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 코로나 확진자 하루 2.7만명…위중증 환자는 감소세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4일 0시 기준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2만 7443명으로 3일 연속 2만 명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국내 발생 확진자는 2만 7283명, 해외 유입 확진자는 160명이며 누적 확진자는 93만4656명이다.

지난달 26일 첫 1만명대(1만3009명) 확진자 수를 기록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2만 명대로 늘더니 매일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1주 전에 비하면 1.7배, 열흘 전과 비교하면 3.6배 증가한 수치다. 기존 델타보다 전파력이 2배 이상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국내서도 우세종으로 자리잡은 여파다. 설 연휴 인구 이동과 접촉이 많아진 점도 한몫했다. 연휴 기간 잠복기를 고려하면 이번 주말 확진자 수는 훨씬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비해 코로나 확진세가 위중증 환자나 사망자 증가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3일 재원중 위중증 환자는 257명이다. 일주일 전보다 20%, 열흘 전보다는 38.5% 줄어든 수치다. 누적 사망자는 6836명(치명률 0.73%)이다.

▲서울 종로구 종각 인근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서울 종로구 종각 인근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 정부, 새 방역시스템 가동·거리두기 연장으로 대비

정부는 오미크론 확산세에 맞춰 새로운 방역 시스템을 가동한다. 지난달 26일부터 광주광역시·전남, 경기 평택·안성 등 4곳에서 시행하던 신속항원검사 후 PCR(유전자 증폭) 검사를 3일부터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 이에 따라 전국 선별진료소에서는 60세 이상 등 고위험군만 PCR 검사를 받을 수 있고, 그 외 검사 희망자는 신속항원검사를 받아야 한다.

아울러 전국 호흡기전담클리닉이나 진단검사에 참여하는 동네병원에서도 신속항원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음압시설을 갖춘 전국 439개 호흡기전담클리닉 중 391곳과 일반 동네 병·의원 181개가 참여하기로 했다. 이어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에 코로나 진단 및 검사 참여를 지원한 병원을 순차적으로 추가해 1000여 곳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사적모임을 최대 6인으로,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을 오후 9시까지로 제한하는 현재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0일까지 2주 연장하기로 했다. 7일부터 방역패스가 해제된 학원, 독서실·스터디카페 등에 2㎡당 1명 또는 좌석 한 칸 띄어앉기 등 방역수칙이 강화되고 백화점과 대형마트도 판촉행위와 매장 내 취식이 금지된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설 연휴가 지나면서 오미크론 확산세가 거침없다”며 “지금은 안전운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생장드뤼즈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2일(현지시간) 거리를 걷고 있다. 생장드뤼즈/AP연합뉴스
▲프랑스 생장드뤼즈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2일(현지시간) 거리를 걷고 있다. 생장드뤼즈/AP연합뉴스

◇ "‘코로나 공존’ 선택한 유럽, 정점 찍고 내려와 우리나라와 상황 달라"

반면 유럽 각국은 방역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확진자 증가세와 달리 입원 환자 수에 큰 변화가 없자 ‘코로나와의 공존’을 선택한 것이다. 오미크론은 전파력은 델타의 2배가 넘지만. 위중증률이 델타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코로나19 엔데믹’의 기점으로도 평가받는다.

오미크론 팬데믹에 대한 유럽과 우리나라의 정책 방향이 대조적인데 대해 정부는 처한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임숙영 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전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전체 인구 중 확진자 비율이 다르고, 특히 유럽 등은 감염자가 워낙 많아서 자연면역이 많이 일어났지만 우리는 상대적으로 감염자가 적어 자연 면역이 많지 않다”면서 방역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임 단장은 “덴마크나 노르웨이는 감염률이 10% 정도 되지만, 우리나라는 외국과 비교하면 감염이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그런 국가들과 일대일로 비교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외국의 방역정책을 참고하지만, 우리나라에 그대로 대입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유럽이나 미국은 코로나 확진자가 1월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상황”이라면서 “그들과 달리 우리는 이제 폭등 상황에 직면해 조만간 의료 체계 과부담과 정부 기관이나 회사 등 필수 서비스 장애가 우려되는 만큼 강하게 브레이크를 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리 2주 연장과 함께 확진자가 증가해도 위중증·치명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경우 방역 조치 완화를 포함한 '일상회복' 재추진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유행 상황의 의료체계 여력, 최종 중증화율·치명률 등을 평가하면서, 계절 독감과 유사한 일상적 방역·의료체계로의 전환 가능성을 본격 검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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