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반인 투자자에게 외면받는 ‘증권가 리포트’

입력 2022-02-03 14:02 수정 2022-02-0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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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발 긴축 공포의 여진으로 지난달 코스피가 314.31포인트 떨어졌지만 개인은 오히려 4조3878억 원을 순매수하며 주식 열풍을 이어갔다.

그러나 일반인 투자자에게 증권가 보고서는 오히려 찬밥 신세로 보인다. 특히 지난 1월 범국민적 공모주 투자 열풍을 일으킨 LG에너지솔루션만 놓고 보더라도 증권가 보고서와 유튜브에 대한 일반인 투자자들의 선호는 극명하게 갈린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 공모로 주식에 처음 입문한 일반인 투자자들은 “증권 관련 전문용어와 함께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장황하게 분석한 증권사 리포트보다 주식 전문용어 설명부터 일반인이 공모에 참여하기 위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유튜브 영상에 훨씬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심지어 “배경지식이 없으면 리포트를 이해하기도 어려운데 이를 설명해주는 유튜브 영상도 없어 모바일 주식거래 시스템(MTS)에서 상승하는 종목을 보고 매수를 한다”고 밝힌 일반인 투자자도 있다.

최근까지 발행된 다수의 증권가 리포트를 보면 해설이나 주석도 없이 어려운 전문용어 표현을 잔뜩 써놓았다. 매일 시장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의 눈높이에서 봐도 특정 증권사 리포트는 “읽고 싶으면 읽고, 말고 싶으면 말아라”식으로 느껴지는 데 일반인 투자자가 느낄 괴리감은 더욱 심할 것이리라고 생각된다.

일반인 투자자가 유튜브를 의존하는 현상은 오늘날 미디어 전반의 환경이 과거와 비교했을 때 변화한 영향도 있다. 투자자가 포털에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정보를 직접 검색한 ‘What’의 방식에서 현재는 유튜브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 공모 방법’을 검색하는 ‘How’의 시대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 리포트를 발행할 때 유튜브처럼 공모주 청약 가이드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시장에 처음 입문한 일반인이 이해 할 정도로 전문용어를 쉽게 풀이하는 배려는 얼마든지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지 않고 ‘증권가 리포트는 전문 투자자용, 유튜브는 일반인 투자자용’으로 고착된다면 정보 격차는 현재보다 훨씬 심각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유튜브를 비롯해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에서 수용자 입맛대로 인공지능(AI)이 정보를 추천하는 필터버블(Filter Bubble)에 빠질 수 있다.

금융당국과 국회 역시 책상 앞에서만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정책을 펼칠 게 아니라 현장의 진짜 목소리를 듣고 개선해야 한다.

증권가에서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표현을 리포트에 녹이기 위해 고민할 때, 그리고 금융당국과 정부에서 이를 지원할 때, 일반인 투자자 사이에 쌓인 소통의 벽도 개선됨은 물론 정보격차 역시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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