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의존도 낮춘 현대차 계열사, 내실 다지기 '청신호'

입력 2022-02-0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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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 PCTC 사업 비계열 매출 비중 60% 넘겨…"안정적 성장ㆍ투자 유치 확대 가능"

▲독일 브레머하펜항에 정박 중인 글로비스 크라운호  (사진제공=현대글로비스)
▲독일 브레머하펜항에 정박 중인 글로비스 크라운호 (사진제공=현대글로비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가 지난해 모그룹 매출 의존도를 낮추고 비(非)계열 고객사를 대폭 늘리는 데 성공해 내실을 다졌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곳은 현대차그룹의 물류 계열사 현대글로비스다. 3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완성차 해상운송(PCTC) 사업 부문에서 비계열 매출 비중을 역대 최대치인 60%대로 끌어올렸다. 매출 절반 이상을 현대차ㆍ기아가 아닌 완성차 제조사에서 거둔 셈이다. 현대글로비스가 해운 사업에 처음 진출한 2010년의 비계열 매출 비중(12%)과 비교하면 5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PCTC는 자동차를 전용으로 운반하는 선박을 뜻한다. 현대글로비스는 90여 척의 PCTC를 운영하며 완성차 수출 물량을 세계 각지로 실어나르고 있다. 현대글로비스의 PCTC 사업 비계열 매출 비중은 △2016년 40% △2018년 44% 등 매년 증가세를 유지했고, 2019년에는 52%까지 높아지며 처음으로 계열사 매출 비중을 앞섰다. 지난해에는 이 비중이 61%까지 높아졌다. 현대글로비스 PCTC 사업의 비계열 매출 비중이 60%를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글로비스 완성차 해상운송(PCTC) 사업 비계열 매출 비중.  (출처=현대글로비스 IR)
▲현대글로비스 완성차 해상운송(PCTC) 사업 비계열 매출 비중. (출처=현대글로비스 IR)

지난해 12월 현대글로비스가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와 5000억 원 규모의 해상운송 계약을 맺은 점이 비계열 매출 증가세에 영향을 줬다. 이 계약은 현대글로비스가 지금까지 따낸 단일 계약 중 가장 큰 규모로, 해외 해상운송 시장에서도 유례없는 수준이었다.

2020년에는 폭스바겐그룹과 5년 장기 운송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 계약으로 현대글로비스는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벤틀리 등 그룹 내 모든 승용차 브랜드의 유럽발 중국 수출 물량 전체를 단독으로 운송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도 지난해 현대차ㆍ기아 이외 고객과의 계약을 대폭 늘렸다. 지난해 현대모비스는 25억1700만 달러(약 3조357억 원) 규모의 핵심 부품을 현대차ㆍ기아가 아닌 비계열 고객으로부터 수주했다. 애초 계획에는 미달한 수치지만, 역대 최대 실적이다.

현대모비스의 역대 비계열 수주 실적은 △2018년 16억5700만 달러(약 1조9985억 원) △2019년 17억5500만 달러(약 2조1167억 원) △2020년 17억5800만 달러(약 2조1203억 원)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수주 일정이 지연되고 일부 사업이 중단된 상황 속에서도 전년 대비 대폭 개선된 실적을 거뒀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전장과 램프 제품 수주를 다변화해 총 37억 달러(약 4조4625억 원) 규모의 비계열 고객 수주를 목표로 제시했다. 특히,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는 전동화 부품을 처음으로 비계열 고객에게 판매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2022년 CES에서 관람객들이 첨단 센서가 부착된 현대모비스 자율주행 컨셉트카 엠비전 투고(M.VISION 2GO)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모비스)
▲2022년 CES에서 관람객들이 첨단 센서가 부착된 현대모비스 자율주행 컨셉트카 엠비전 투고(M.VISION 2GO)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모비스)

계열사 입장에서 현대차ㆍ기아는 안정적인 매출을 보장해주는 고객사이지만, 지나치게 높은 그룹 의존도는 오히려 경영에 마이너스 요소가 된다. 현대차ㆍ기아의 생산에 변수가 발생하면 매출에 직격탄을 받기 때문이다. 투자자에게도 그룹 의존도가 높은 계열사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평가받기 어렵다. 또한,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는 것이 경쟁 당국의 감시와 개입을 피해 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계열사 관계자는 “비계열사 고객 확대는 매출을 높이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그룹 의존도를 낮춰야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고, 외부 투자자에게도 탄탄하고 건강한 회사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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