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빈곤속 풍요] 오미크론에 깊어진 中企 양극화…중소여행사 고사, 마스크 업체 날개

입력 2022-02-04 05:00 수정 2022-02-0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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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ㆍ공연ㆍ전시 죽쑤는 사이 마스크ㆍ진단키드 호황
여행업계 매출액 10조 증발…마스크ㆍ진단 키트 3000%↑

지난해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액이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썼지만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중소기업계 양극화는 더 극명해졌다. 서비스업과 제조업, 대면과 비대면, 같은 업종 내 규모별 희비가 곳곳에서 일어나는 만큼 중소기업에 대한 촘촘하고,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행업계는 코로나19 확산에 초토화 된 대표적인 업종이다. 2020년 여행업계 전체 매출액은 1조9198억 원(1만6000곳 기준)으로 코로나 확산 전인 2019년(11조7949억 원) 대비 10조 원 가까이 증발했다. 무려 83.7% 급감이다. 특히 아웃바운드(내국인의 국외 여행)의 매출이 95% 넘게 주저앉았고,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 여행)와 국내여행 매출이 각각 90.5%, 87% 감소했다. 여행업 종사자 수도 같은 기간 3만4615명에서 2만8571명으로 급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현재 종사자 수는 더 줄었을 가능성이 크다.

여행업계 중견기업인 노랑풍선은 2019년 768억 원이었던 매출액이 지난해 24억 원(3분기 기준)으로 급감했다. 레드캡투어도 작년 3분기 누적 매출액이 77억 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101억 원)대비 크게 줄었다. 그나마 대형, 중견 여행사들은 자산을 팔고 다른 사업을 강화하며 지푸라기라도 잡고 있지만 영세한 중소 여행기업들은 벼랑끝에 서 있다. 서울에서 16년간 운영된 중소여행사 A업체는 2019년 5억 원 수준이었던 매출액이 지난해 1000만 원 수준으로 98% 추락했다.

대표적인 대면 업종인 대중음악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레이블, 공연기획사, 공연장 등 업체 30여곳의 총 매출액은 지난 2019년 339억 원 수준에서 2020년 75억 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전시컨벤션 산업의 경우 2020년 개최 예정이었던 전시회 537건 중 249건이 취소되면서 피해액이 1조7057억 원에 추산됐다. 전시회나 박람회는 중소기업의 판로를 확보하는 주요 플랫폼 중에 하나여서 이들 산업의 축소는 중소기업계의 침체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대면 중심의 업종이 코로나19 파고로 허덕이는 사이 제조업체들은 코로나19의 반사이익을 얻었다. 특히 K-방역의 핵심인 의약품 제조업체들이 매출에 날개를 달았다. 도부마스크가 코로나 직전 대비 2020년 매출이 3475% 늘었고, 같은해 코로나 검체채취 키트 제조업체 노블바이오의 매출 증가율도 3012%에 달했다. 씨앤투스성진은 2019년 474억 원(마스크 부문 122억 원) 수준이었던 매출이 작년 3분기 기준 1291억 원(마스크 부문 802억 원)으로 뛰었다. 마스크 부문에서만 7배에 가까운 성장을 거뒀다. 지난해 국내 화장품 제조업체들은 수출액을 전년 대비 5% 증가한 53억 달러까지 끌어올리며 수출 최대 실적을 견인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기업 간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정부의 촘촘한 정책과 지원이 한층 더 중요해졌다고 지적한다. 같은 업종 안에서도 기업 규모에 따라 위기대응 능력이 달라 규모별 핀셋정책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역대급 수출 호황도 안심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소기업 수출 국가가 미국, 중국, 베트남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는 데다 소비 패턴이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점도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규모가 작고, 생산성이 낮은 영세 중소기업일수록 외풍에 취약하고 위기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만큼 정부의 지원이 좀 더 다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수출 국가 다변화와 수출 품질의 질적 성장, 중소기업의 자체 혁신 등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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