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미] ‘지금 우리 학교는’, 학폭으로 들춰낸 사회의 민낯

입력 2022-02-0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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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노미는 넷플릭스와 왓챠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에 있는 콘텐츠를 통해 경제와 사회를 바라봅니다. 영화, 드라마, TV 쇼 등 여러 장르의 트렌디한 콘텐츠를 보며 어려운 경제를 재미있게 풀어내겠습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지난달 28일 공개된 넷플릭스 한국 새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이 전 세계를 열광시키고 있다.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TV쇼 부문 순위 1위에 오른 뒤 이날까지 정상을 지키고 있다. 넷플릭스 공식 집계에 따르면 사흘간(지난달 28~30일) 시청 시간은 1억2479시간으로 전 세계 시리즈 통틀어 1위다. 지난해 돌풍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의 뒤를 잇는 메가 히트작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고등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학교를 배경으로 일상적인 공간에서 벌어진 비극과 생존을 위한 인간의 사투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기존 좀비물의 공식에 학원물을 결합해 새로운 좀비물을 만들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학내 문제뿐만 아니라 계층 문제, 기성세대의 무관심 등 현실을 고발하는 메시지 담고 있는 것이 작품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학교 폭력과 임대 아파트에 사는 ‘기생수’(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지금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들춰낸다.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에 학교 폭력, 왕따, 입시 경쟁, 빈부격차, 디지털 성폭력 등 교내 사회 문제가 어우러지면서 그간의 좀비물과는 전혀 다른 양상의 전개를 만들어냈다는 평이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극 초반 디지털 성폭력 피해를 당하는 장면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을 만큼 선정적이라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학폭 가해자들은 여학생의 옷을 벗기고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어 SNS에 올리겠다고 협박을 가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도 이같은 사이버 학폭 피해는 만연한 바다. 지난달 9일 교육부가 최근 5년간 실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이버폭력은 2016년 9.1%에서 2020년 12.3%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피해 학생 비율로 보면 중학생이 18.1%로 가장 높고, 고등학생 15.4%, 초등학생 10.2%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의 28.5%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나 선후배로부터 사이버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지인으로부터 당했다는 응답은 16.9%, 다른 학교 친구나 선후배에게 당했다는 답변은 10.5%를 차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온라인에서 폭력·폭언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점점 온라인으로 학교폭력의 저변이 옮겨가고 있는 상황이다. 언제, 어디서든 위협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점이 사이버폭력의 가장 큰 문제지만 행법으로 대응하기엔 어려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명 ‘사이버불링’으로도 불리는 사이버폭력은 모바일 메신저와 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 괴롭힘을 행하는 모든 유형의 폭력을 말한다. 물리적 폭력과 달리 인지하기가 어려워 학교와 가정 등에서의 초기 대응이 쉽지 않다. 이로 인해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고, 가해 학생의 재발 가능성 또한 높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자신의 신체 영상이 온라인으로 유출될 것을 우려한 여학생이 교무실에서 학생들의 휴대폰을 박살내는 장면은 학폭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사이버 폭력이 좀비에게 물어뜯기는 것보다 더 큰 공포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처벌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물리적인 행동이나 증거가 없는 만큼 책임을 누군가에게 특정해 물기 어려운 것이다. ‘사이버 불링’이나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합성 ‘딥 페이크’ 등 기술 발전에 따라 학교 폭력도 진화하고 있어 , 교육청과 경찰청은 이에 발빠르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드라마에서 좀비떼가 출몰해도 “학교 일은 학교 안에서 처리하라”는 교장의 발언은 한국 기성세대의 답답함을 전적으로 보여준다. 문제 해결을 회피하고, 그대로 묻어버리는 악습 말이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좀비보다 무서운 학교 폭력 근절을 위한 기성세대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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