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급증하는 물뽕 성범죄, 처벌 강화 시급하다

입력 2022-02-07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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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제공=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사진제공=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데이팅 앱을 통해 만난 A씨와 소주 반 잔을 마신 뒤 블랙아웃된 B씨는 정신을 차리고 난 후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경찰서를 찾았다. 마약 등 약물 범죄 가능성을 의심했지만 소변검사에서 검출된 것은 없었다. 다행히 A씨 소지품에서 '물뽕'이라 불리는 감마하이드록시낙산(GHB, 일명 물뽕)의 원료인 감마부티롤락톤(GBL)이 발견됐고, A씨는 GBL을 이용해 여성 2명을 성폭행한 혐의가 드러나 구속됐다.

이처럼 성범죄 대상 여성에게 악용되는 물뽕은 이른바 '데이트 강간 약물'로 불린다. 무색무취한 성상으로 음료에 몇방울 타서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고 다소 취한 듯 하면서도 몸이 쳐지게 된다. 알콜류에 타서 마시면 그 효과가 급속히 나타나 의식을 잃을 수 있다. 이 경우 추후 발생한 일을 기억할 수 없고, 24시간 이내에 인체를 빠져나가 성범죄를 당한다고 해도 사후 입증에 어려움을 겪는다.

‘버닝썬 사건’이 3년 흘렀지만, 여전히 약물에 의한 성범죄는 증가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약물에 의한 성범죄 의뢰 사건’은 2017년 1274건, 2018년 1382건, 2019년 1979건, 2020년 1622건, 2021년 2538건으로 보도됐다.

최근 밝혀진 성범죄에 사용된 다빈도 약물로는 수면제인 졸피뎀이 651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물뽕이 검출된 것은 1건에 불과했다. 그만큼 피해발생 후 입증의 골든타임이 중요하다는 반증이다.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물뽕 단속 현황’은 2017년 308그램이었지만, 지난해 2만8800그램으로 9배 가량 급증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 일본처럼 데이트 강간 약물을 별도 지정해 특별관리하지 않는다. 약물에 대한 규제가 마약류 관리 차원에 집중돼 있다 보니 약물을 이용한 데이트 강간과 같은 성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의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개선의 노력, 이제부터 시작해야 한다.

첫째, 약물에 의한 성폭력 사전 예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물뽕은 특성상 체내 24시간 내 소모가 되기 때문에 피해 가능성에 대한 사전 인식이 있어야 대응도 가능하다. 미국의 경우 약물에 의한 성범죄 예방을 위한 지침과 홍보,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마개가 열려있는 술이나 음료를 조심할 것, 클럽이나 바에서 자리를 잠시 비었을 때 남은 술잔을 버리도록 하는 등이다. 우리나라도 공식적인 가이드라인이나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흔하게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장소에 대한 집중단속 및 예방조치가 필요하며 물뽕 등 문제의 약물을 소지하는 것만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홍보도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물뽕을 포함한 마약과 향정신성 의약품에 의한 성범죄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 범죄가 발생한 이후 대응이 빠르게 진행되도록 적극적 피해구제가 마련돼야 한다. 약물 성범죄 의심 시 피해자에 구체적 행동 절차 안내가 필요하다. 응급 검체 채취부터 조서를 쓰는 등 피해입증의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여성가족부와 경찰청,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 담당 부처의 대응 방안도 매뉴얼화가 필요하다.

셋째, 약물 성폭력 피해 실태와 현황을 정기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대검찰청에서 발간하는 마약류 범죄백서는 마약류의 취급관리 및 유통에 대한 기술은 잘 돼있지만 약물 사용 성범죄에 대해선 별도 분석을 하지 않는다. 약물에 의한 성폭력 범죄 현황을 조사하고 통계를 구축해 즉각적 대응책이 마련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검출이 어려운 물뽕 등 마약류는 향정신성 의약품 분류 기준을 높여 엄격히 통제하고, 성범죄에 사용할 경우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성폭력처벌법상 기존 준강간에서 특수강간으로 취급하고, 처벌수위를 높이는 마약류관리법 개정도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약물을 이용한 데이트 강간 관련 처벌 규정 신설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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