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진료 잡아 실손보험료 현실화' 공감대
현재 실손의료보험에서 가장 누수가 심각한 비급여 항목은 '백내장 수술'로 꼽힌다. 1년에 1조 원 넘는 금액이 백내장 수술비 명목으로 실손보험에서 빠져나가고 선량한 가입자들이 보험료 부담을 떠안으며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무분별한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의료계에 경각심을 주는 판결이라고 보험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실손보험 손해율 안정을 통한 보험료 안정을 위해 보험사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손해보험사들은 의료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더는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지난해 손보사들은 백내장 수술환자를 부당하게 유인하는 행태가 포착된 서울 강남 소재 5개 안과에 대해 5개 손해보험사가 공동으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공동 신고에 참여한 보험사는 메리츠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5개사다.
뒤에는 금감원이 있었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협회를 통해 공동으로 공정위에 신고하라는 아이디어를 내줬다"며 "금융당국도 과잉진료를 두고만 볼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있고, 실손보험료 현실화가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금융감독원, 보험연구원 등과 함께 '지속가능한 실손 보험을 위한 정책협의체' 발족 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협의체는 지난해 금융위원장과 보험업계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나온 제안의 후속조치다.
실손보험과 관련한 도덕적 해이가 증가하면서 지난해 말 실손보험 손해율은 130% 이상으로 치솟았다. 손보사들은 금융당국에 연 20% 수준의 보험료 인상을 요청했다.
당국의 중재로 10% 중반 수준에서 보험료 인상률이 결정되긴 했지만, 앞으로도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업계 안팎에서 나왔다.
작년 말 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주요수술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에 40대의 백내장 수술 시행량은 2015년 대비 50.4% 증가했다. 이 기간 40대 인구는 오히려 감소했다. 같은 기간 50대의 수술 시행 건수는 89.2% 급증했다.
손해보험사가 백내장 수술에 지급한 실손보험 보험금은 2016년 779억 원에서 2020년에는 8.3배인 6480억 원으로 폭증했다. 올해 보험금은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를 합쳐 1조1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9월 보건당국이 백내장 수술의 환자부담을 줄이고자 많게는 300만 원이 넘는 비급여 검사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검사비용을 낮추자 안과는 다초점렌즈비용을 300만 원 넘게 올리거나 처치·수술료를 신설, 비급여 수입을 고액으로 유지했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대다수 선량한 가입자를 보호하려는 조처"라며 "일부 문제 안과의 불공정행위 근절을 위해 민·형사소송 등 보험업계가 할 수 있는 다각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도 "브로커 동원과 페이백 등 부당 환자 유인 행위는 일부 안과에 국한된 것으로 안과의사회 등 의료계도 근절을 바라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