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전문가들은 손실보상 시스템 뿐 아니라 공공정보화 산업 전반에 충분한 인력과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전반에 공공기관의 IT시스템 발주 금액 규모가 10여 년 전의 전자정부 때보다 후퇴했다는 말이 돌 만큼, 공공 정보화 사업의 예산 규모가 작다는 지적이다.
특히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를 위한 온전한 손실보상은 대선 주자들마다 핵심 공약으로 뽑은 만큼, 손실보상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추경에선 소상공인 320만여 개사에게 300만 원 방역지원금 지급이 논의되고 있고, 손실보상 선지급 예산이 4000억 원이 편성돼 있는 등 앞으로도 이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사이트 오류 방지에 대한 중기부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현재 시스템 오류의 원인을 보완했기 때문에 향후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문제가 없도록 잘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중기부가 투입한 손실보상 사이트 서버 1년 운영비는 약 13억5000만 원이다. 지난달 한달간 손실보상 선지급 사이트 운영비는 5800만 원이며, 두 사이트 위탁 업체의 서버 구축비에 예산 총 14억 원 가량이 들어갔다.
다만 중기부는 자체 시스템은 구축하지 않고, 민간에 맡기는 방식을 유지할 방침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시스템을 구축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하루 아침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만들어진 사이트인 만큼 민간에 맡긴다는 것이 실효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한편 정보시스템 감리 업계에서는 IT시스템 구축 뿐 아니라 운영 과정 전반에 대한 책임 감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또 감리 용역의 무응찰 사례가 비단 손실보상 시스템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비대면, 디지털화 흐름 속에 정부의 공공정보화 사업이 늘면서 감리 용역 수요가 급증했지만, 업계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낮은 사업 예산으로 용역이 무응찰 된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보통 용역 사업이 몰리는 11~12월 연말에 감리 용역 사업이 무응찰 되는 경우가 있었으나, 지난해에는 무응찰된 사례가 8, 9월부터 나타났다.
조창희 정보시스템감리협회 상근부회장은 “매년 배출되는 감리사와 감리원 숫자가 한정돼있을 뿐만 아니라, 감리 업계가 다른 IT업계보다 연봉이 낮다보니 만성적인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정보화 산업에서 감리 예산은 따로 배정되지 않고, 총 사업비의 낙찰가액을 가지고 산정하기 때문에 예산 규모가 작을 수 밖에 없다”면서 “시스템 감리 용역 비용을 따로 예산에 포함해 비용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공정보화 사업을 발주하는 관련 부처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의 IT 전문성 향상도 필요하다. 그동안 사업 발주 과정에서 발주 기관과 부처가 서버 사용자 수요 예측 및 사업 계획 설정 등에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기술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각 부처 공무원과 산하 기관 직원의 IT 전문성을 높이고자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과기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지난해 가을 공공기관이 공공정보화 산업을 발주할 때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관련 내용을 담은 매뉴얼을 제작했고, 공공 발주자 및 민간 수주자들을 대상으로 발주 단계별 교육을 진행해 IT 역량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