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빚 내서 돈풀기 반복, 인플레 확대 악순환

입력 2022-02-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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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조사에서 지난 1월 국내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3.6% 치솟았다. 작년 10월(3.2%)부터 11월(3.8%), 12월(3.7%)에 이어 가파른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물가관리 목표 2%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4개월 연속 3%대 상승은 2012년 2월 이후 10년 만이다.

특히 국제유가 급등으로 석유류 가격이 16.4%나 뛰었고, 외식물가가 5.5% 올라 2009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서비스와 공업제품, 농축수산물, 전기·수도·가스요금 등도 전방위적으로 올랐다. 이에 따라 구입빈도와 지출비중이 높은 품목을 따로 모아 계산한 생활물가지수(체감물가)가 전년동월대비 4.1% 상승했다.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훨씬 팍팍해졌다.

물가는 앞으로도 고공행진할 전망이다. 물가상승을 압박하는 요인들만 즐비하다.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선 국제유가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120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원·달러 환율 또한 1200원을 넘나들면서 수입물가를 끌어올린다. 원재료 수입가격이 올라 국내 제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그동안 억눌러온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도 대통령선거 이후인 4월부터 줄인상이 예고된다. 물가상승률이 4%대로 치솟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여진다.

이미 인플레이션이 확대되는 국면이다. 고물가는 가계의 실질소득을 줄여 소비를 위축시킨다. 여기에 물가 방어와 시중 유동성을 회수하기 위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뚜렷하다. 가계 및 기업의 이자부담까지 늘어난다. 유가 급등과 원화 약세 또한 기업 경쟁력과 수익성을 떨어뜨려 경기를 둔화시킬 수밖에 없다.

물가를 끌어올리는 국제유가 상승,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 원화 약세 등의 대외 불안이 심화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처 방안을 찾기 어렵고 정부도 속수무책인 모습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대선을 앞두고 돈을 끊임없이 더 푸는 쪽으로만 치닫는다. 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14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도 모자라 여당과 야당은 2∼3배로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증액에 반대하고 있지만, 김부겸 국무총리는 국회로 떠넘기면서 벌써 대규모 증액을 시사한다.

아무리 코로나 피해가 큰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것이라 해도, 천문학적 돈풀기는 또다시 급격한 물가상승을 불러올 게 불 보듯 뻔하다. 정부가 지난 몇 년 거듭된 추경으로 재정을 쏟아부어 왔지만 국내총생산(GDP) 증가 등 경기 진작효과는 보잘것없고, 오히려 국가채무 급증 등 재정건전성과 경제구조의 고질적 문제들 더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많다. 나랏빚만 늘리는 적자국채 발행은 다시 금리와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결국 민생의 충격과 서민 고통을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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