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세, 알루미늄 캔 등 원가 인상 여파로 소주 가격 인상이 임박하는 등 먹거리 가격 인상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시적으로 운영되던 할인 정책을 종료하거나 리뉴얼 제품 가격을 올리는 '꼼수 가격인상'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업계는 동일 제품이 아닌 만큼 가격 인상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테라'는 지난 3일 테라 캔맥주 할인 정책이 종료되면서 4일부터 기존 가격으로 돌아갔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7월 코로나 바이러스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로 테라 캔맥주 500㎖ 출고가를 기존 가격 대비 약 16% 인하하는 정책을 한시적으로 운영했다.
하이트 진로 측은 테라 가격 인하 물량의 재고가 소진되면서 원래 가격으로 돌아간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비자단체에서는 주류 가격 인상이 본격화하기 전 미리 소비자들의 심리적 가격 저항선을 낮추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한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인하했다가 가격을 복귀하는 건 엄밀히 말하면 가격 인상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최근 인건비, 휘발윳값 등 인상 요인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 "전격적으로 올리면 저항이 크다 보니 이들의 심리적 저항을 조금이라도 완화하려는 조치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실제 소주 가격 인상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주정판매가 소주 원료에 해당하는 주장 가격이 드럼(200ℓ)당 35만1203원에서 37만8987원으로 8% 가까이 올린 데다, 소주 병뚜껑 제작 업체들도 지난 1일 소주 병뚜껑 공급가를 평균 16% 인상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병 회수 시 도소매상에 지급하는 수수료도 병당 2원씩 오르면서 식당에서 판매하는 소주는 최대 5000원까지 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하이네캔을 필두로 '편의점 맥주 4캔=1만 원' 공식이 깨지면서 맥주를 비롯한 각종 주류가격은 줄줄이 오르고 있다. 편의점에 입고되는 '기네스'의 공급 가격은 지난 1일부터 5~10%, 지난 6일부터 '칭따오' 낱개 품목의 공급 가격 역시 10~13% 뛰었다. 수제맥주 업체 제주맥주도 편의점 행사가를 기존 1만 원에서 1만 1000원으로 올렸고, 위스키도 빔삼토리 짐빔의 편의점, 대형마트 가격이 약 17% 오르며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신제품, 리뉴얼 제품을 이용한 '꼼수형' 가격인상도 나타나고 있다. 기존 제품 가격을 올리는 대신 제품을 재단장 출시하면서 가격 인상분을 반영한다는 지적이다.
해태아이스크림은 이달 중순쯤 용량을 기존대비 10㎖ 늘린 '부라보콘 플러스' 바닐라맛을 출시하면서 기존 고정가를 750~800원을 1000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해태아이스크림 측은 기존 부라보콘(150㎖)이 아닌 신제품, 리뉴얼 제품이라 엄밀히 가격 인상은 아니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기존 부라보콘 중 초코, 피스타치오맛 등은 지난달 말까지 생산하되 줄이거나 단산하는 방향으로 조율했다"라면서 "부라보콘 플러스 바닐라맛만 신제품일뿐, 다른 플레이버 콘 가격은 변함없다"라고 밝혔다.
일부 프랜차이즈 디저트, 커피 업체도 리뉴얼 제품을 가격 인상 우회로로 이용했다. 딸기 시즌 등 돌아오는 연례행사에 기존 스테디셀러 메뉴 레시피를 변경해 신제품, 리뉴얼 제품으로 출시하고 슬그머니 가격을 올리는 식이다. 공차는 최근 겨울 딸기시즌맞이 관련 음료를 내놓으면서 '딸기 쥬얼리 밀크티'를 출시 가격 4900원에서 5100원으로 올렸지만, 가격 인상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공차 관계자는 "딸기 쥬얼리 밀크티의 경우 제품 이름은 같지만 2019년 레시피를 조정해 재단장한 제품이므로 가격을 조정한 것이지 제품가격의 인상 개념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전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존 제품을 그대로 올리면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이 심하므로 신제품이나 용량을 소폭 늘려 가격 인상을 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경우가 있다"라면서 "약간의 레시피 개선으로 가격 조정이라고 주장하는 건 사실상 소비자를 현혹하는 '소비자 기만'이다. 특히 과자, 아이스크림 등 어린이 대상 제품의 경우 물가 감시를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