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코로나 확진자 폭증과 정부의 진단검사 체제 전환 영향으로 자가진단키트 수요가 급증하면서 곳곳에서 가격 인상 및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8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 대응 체계로 3일부터 밀접 접촉자, 60세 이상 등 고위험군에 한해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실시한다. 그 외 대상은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확인되면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일반 시민들은 진료소에서 자가진단키트로 검사하거나 호흡기클리닉 등을 찾아 5000원을 내고 진료를 받은 후 양성으로 판정이 돼야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 10일부터는 코로나 저위험군을 ‘재택요양’으로 전환해 일반 확진자에 대한 건강 모니터링도 중단된다.
신규 확진자 수는 나흘 연속 3만 명대를 기록하면서 이달 중으로 10만 명대 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질병관리청과 국내외 여러 전문가의 코로나19 발생 예측 결과에 따르면 2월 말경에는 국내 확진자가 13만 명에서 17만 명 수준까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발표했다.
확진자 급등과 정부의 새 진단체계 전환으로 자가검사키트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물량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현재 에스디바이오센서 진단키트 1개, 래피젠 10개, 휴마시스 5개만 남은 상태”라면서 “추가 주문이 쉽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 반포동 한 약국의 관계자 역시 “자가진단키트는 모두 품절됐다”라며 “언제 재입고될지는 확답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편의점에서도 자가진단키트 품절 대란이 이어지고 있다. 편의점은 의료기기 판매업 신고증을 받은 일부 점포에서만 판매중이다. 편의점 CU(씨유)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관계자는 “기존에 휴마시스를 팔다가 물량 확보가 어려워져 4일까지 발주를 정지했다가 7일부터 래피젠으로 재발주가 가능해 현재 판매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매장 당 2개로 발주 제한이 걸려 있다”고 말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와 휴마시스, 래피젠 등 3개 제품을 취급하고 있는 GS25에서는 지난주 자가진단키트 판매량이 일주일 전과 비교해 13배 올랐다. 이 업체는 현재 1만6000여개 점포 중 4000여 개에서 진딘키트를 팔고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현재 점포당 업체별 5개씩 총 15개 발주가 가능한 상태”라고 전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일부 품절 및 가격 상승세, 배송 지연 등이 계속되고 있다. 다수의 쇼핑몰에서는 주문 폭주로 자가검사키트 배송이 대부분 지연되고 있다. 주문 후 최소 2~3일이 지나야 배송이 시작된다고 안내 중이며, 개별 케이스가 없는 번들도 공급되고 있다. “수급에 따라 다른 회사 제품으로 발송될 수 있다”고 안내하는 판매자도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가진단키트 주문 후 취소당한 사례 글도 올라온다. 한 네티즌은 “지난달 24일에 4830원으로 두 개 주문했었는데 지금은 1만3520원으로 가격이 3배나 올랐어요”라며 혀를 찼다. “조금 전에 판매자로부터 강제 취소당하고 가격을 올렸네요”, “1만3000원이길래 주문하려고 했더니 4월 말 배송 상품으로 일찍 받으려면 5만 원이네요”라는 글도 게재됐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에 품목 허가한 5가지 제품은 온라인에서 구하기 쉽지 않거나 가격이 뛴 상태다. 허가된 제품은 △래피젠(BIOCREDIT COVID-19 Ag Home Test Nasal) △에스디바이오센서(STANDARD Q COVID-19 Ag Home Test) △휴마시스(휴마시스 코비드-19 홈 테스트) △수젠텍 (SGTi-flex COVID-19 Ag Self)△젠바디(GenBody COVID-19 Ag Home Test) 등이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와 진단키트 제조업체는 안정적인 공급 협력에 나섰다. 식약처는 6일부터 자가검사키트 1000만명분을 공급하기로 했으며 12일까지 일주일 간 약국과 온라인 쇼핑몰에 각각 508만명분과 492만명분을 순차적으로 공급한다. 일동제약은 래피젠과 신속항원검사 키트인 ‘바이오크레딧 코비드-19 Ag’에 대한 공급 계약을 체결해 병·의원 유통을 담당을 맡았다. 아울러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OTC용 자가검사 키트의 유통에 대해서도 추가 논의를 진행 중이다.
가격 교란행위 근절에 나서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앞으로도 자가검사키트를 충분히 공급할 예정이므로 개인이 과다하게 구매할 필요가 없다”라며 “가격 교란 행위 등에 엄정하고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