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가 100달러 코 앞, 성장·물가·무역수지 비상등

입력 2022-02-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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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곧 배럴당 100달러 선을 예고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과 물가, 국제수지 등에 비상등이 켜졌다. 유가는 3대 유종 모두 이달초 90달러를 넘었다.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 재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단 오름세가 진정되기는 했으나 7일에도 서부텍사스원유(WTI) 91.32달러, 브렌트유 92.69달러, 두바이유 90.91달러로 거래됐다. 올 들어서만 20% 가까운 상승폭을 보였다.

수급 불균형에 더해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가 계속 고조된다. 러시아의 공급 축소 여부가 최대 변수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잇따라 유가 전망치를 높이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조만간 120달러, JP모건의 경우 1분기 150달러선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석유수요 전량을 수입에 기댄 우리 경제가 받는 충격은 어느 나라보다 크다. 성장과 물가, 경상수지 등 거시경제 지표를 크게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유가가 연평균 100달러만 되어도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p) 하락하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1%p 상승하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305억 달러 줄어든다는 분석을 8일 내놓았다. 시나리오에서는 유가 120달러의 경우 성장률 하락폭이 0.4%p, 물가상승률은 1.4%p 더 커지고, 경상수지 감소가 51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 철강, 화학, 전력·가스, 운송 등 산업 전 분야의 비용상승 압력이 급격히 높아지는 영향이다.

이미 유가 급등으로 에너지 수입액이 크게 늘고,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환율까지 크게 올라 무역적자가 불어나고 있다. 작년 12월 무역수지가 20개월 만에 5억9000만 달러 마이너스로 돌아선 데 이어, 올해 1월 48억9000만 달러의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외환보유액이 1월말 4615억3000만 달러로, 지난해 10월 4692억1000만 달러의 최고치에서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우리 정책수단으로 통제할 수 없는 대외변수인 탓에 뾰족한 대응 방안이 없는 게 딜레마다. 사실상 ‘오일 쇼크’ 상황인데도 경제구조 개선, 원유 등 에너지원의 안정적 공급 다변화와 가격 변동 리스크 대비 등이 거의 진전되지 않았다.

심각한 문제는 재정과 경상수지 적자가 겹친 ‘쌍둥이 적자’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퍼주기 추가경정예산을 거듭하면서 재정적자가 급증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2018년 35.9%에서 올해 50.1%로 치솟는다. 그나마 지속적인 흑자로 경제를 떠받쳤던 무역수지의 적자가 쌓이는 상황은 악성(惡性) 위험신호다.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리고 외국인 자금의 대규모 이탈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어느 때보다 비상한 경각심과 위기 대응이 절실한데 정부 대처역량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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