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문 “주 52시간제·중대재해법 완화 필요”
“선진국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중·소 기업의 양극화 문제와 중소기업의 고용, ESG 현실 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달성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대선 후보 모두 경제를 일으키겠다고 말하는데 정말 제대로 경제를 일으키고 싶다면 중소기업에 집중해야 한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회장은 9일 '2022년 신년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 600개 사를 대상으로 한 '차기 정부 정책 방향 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대출금 만기 연장, 양극화 해결 등을 골자로 하는 중소기업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해당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인들은 한국경제가 당면한 최우선 해결 과제로 고용과 노동 정책의 불균형(33.7%)를 꼽았다. 차기 정부가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중소기업 정책으로는 최저임금‧근로시간 등 노동규제 유연화(40.5%, 복수응답)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김기문 회장은 이날 "고용이 없는 노동은 있을 수 없는데 중소기업은 과도한 노동 규제로 고용을 늘리는 건 고사하고,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면서 획일적인 주 52시간제와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 등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노사가 합의하면 월·연 단위로 근로시간을 쓸 수 있게 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사업주의 의무사항을 명확히 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당면한 시급 과제로 오는 3월 만료되는 대출금 만기 연장을 제시했다. 김기문 회장은 "중소기업에 가장 많은 대출을 한 기업은행과 4대 메이저 은행의 실적이 역대 최대"라면서 "여야 정치권에서도 대출금 만기 연장에 공감하고 있고 공생을 위해 안 해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중소·벤처기업계의 주요 화두인 '복수의결권 도입'도 논의됐다. 중기중앙회는 조만간 중소기업계 명의로 벤처 기업의 복수의결권 도입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낼 계획이다.
임영주 중기중앙회 정책총괄실장은 “OECD 35개국 중 17개국이 복수의결권을 도입했다”면서 “여당에서 1주 1의결권 평등 원칙을 위배한다며 반대하고 있지만,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창업주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 필요한 법안"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중소기업중앙회는 △노후 산단 활성화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면제 △온라인플랫폼 수수료율 상한제 도입과 인프라 구축을 위해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 특별법 제정, 불공정거래 과징금 차등화 등 방안을 제안했다.
또 중소기업 안전망 확충을 위해 ‘한국형 PPP(급여보호프로그램)’ 도입 △실패중소기업인 재기 지원체계 구축, △지역별 ‘중소기업협동조합 협업혁신지원센터’ 설치 △지역별 ‘중소기업승계활성화 지원조례’ 제정‧지원 등도 제시했다.
이날 김기문 회장은 대선 후보들을 향해 “중소기업계 의견에 대해 잘 받는 편”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액션 플랜이 중요하다”며 중소기업에 관한 적극적인 관심을 요구했다. 중기중앙회는 차기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을 위해 여야 캠프에 중기중앙회 임원을 인수위원회에 파견하는 방안을 요청했다.
김 회장은 다만 지난 4년간 문재인 정부의 정책 평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앞서 중소기업 60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현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에 대한 만족도는 ‘불만족’이 28.3%(매우 불만족 11.0%, 불만족 17.3%)로 ‘만족’ 16.5%(매우 만족 3.7%, 만족 12.8%)를 웃돌았다.
김 회장은 “정권이 끝나가면 잘한 거보다 서운한 점을 이야기하는 게 사람 심리라고 생각한다. 잘했다 잘못했다 평가는 우리가 따질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