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제조사가 중고차 시장에 진입해도 시장점유율이 최대 13%에 그치며 독과점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자동차 업계는 모빌리티 산업의 서비스화에 발맞추기 위해 제조사의 중고차 사업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자동차산업연합회(KAIA)는 10일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입 영향과 시장 전망’을 주제로 온라인 산업발전포럼을 열었다. KAIA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자동차공학회, 현대차ㆍ기아, 한국지엠, 쌍용협의회 등 9개 단체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정만기 KAIA 회장은 완성차 업계가 중고차 시장에 진입하면 2026년 합계 시장점유율이 최소 7.5%에서 최대 12.9%에 불과할 것이라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전망치는 신차ㆍ중고차 판매 추이와 사업계획, 상생안 등을 고려하면 2026년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판매 대수가 최대 27만대로 추정되는 점, 완성차 업계가 시장에 진입하면 중고차 시장 규모가 해외 선진 시장 수준으로 급성장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 수치다. 현재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신차 대비 1.4배 수준이지만 미국은 2.4배, 독일은 2배에 달한다.
정 회장은 “완성차 업계의 시장점유율 최대 전망치 12.9%는 공정거래법상 독과점 기준에 훨씬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일각에서 제기되는 독과점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공정거래법상 독과점은 한 기업의 특정 품목 시장점유율이 50% 이상 또는 셋 이하 기업 점유율이 75%인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이어 정 회장은 “완성차 업체가 이미 진입한 외국은 소비자 선택권 확대에 따라 후생이 증가했다”며 3월 예정된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의 현명한 결정을 당부했다.
포럼에서는 모빌리티 산업의 서비스화에 대비하기 위해 완성차 업계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산업의 서비스화는 가치사슬에서 서비스의 역할이 확대되거나 서비스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현상을 말한다.
정명훈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선임연구원은 “내구연한이 긴 자동차는 제조업 서비스화의 대표적인 상품”이라며 “완성차 업체가 시장에 참여하면 차량 생애 전주기, 정비 등 각종 데이터가 확보된다. 이를 통해 금융, 보험, 렌탈, 카쉐어링 등 신산업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 연구원은 중고차 거래를 기존 매매상에게만 허용하면 중고차 품질에 문제가 발생할 시 제조업체의 평판이 악화하는 등 세계 시장에서 국내 제조사의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 중고차 매매업 종사자 역시 인증 중고차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만큼, 이들과 협력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황상규 대한교통학회 박사는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증 중고차에 대해 중고차 매매업 종사자들이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지 않는다”며 “인증 중고차 확대를 위해 매물 다양화, 인증 항목 다변화, 종사원 역량 강화와 교육을 위한 공제조합 설립을 제안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