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발전기술이 한국서부발전 직원의 지시 받았다고 보기도 힘들어
고(故) 김용균 씨 사망사고와 관련해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대표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원·하청 관계자 대부분도 집행유예에 그쳤다.
대전지법 서산지원 형사2단독 박상권 판사는 10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대표에게 무죄를, 백남호 전 한국발전기술 대표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한국서부발전 직원들과 한국발전기술 임직원에게는 대부분 집행유예를 명했다. 한국서부발전에는 벌금 1000만 원, 한국발전기술에는 벌금 1500만 원이 각각 선고됐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가 한국서부발전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컨베이어벨트와 관련한 위험성이나 한국발전기술과의 위탁용역 계약상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인식해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 판단을 했다.
한국서부발전 직원들 역시 △한국발전기술의 전문성을 신뢰하고 일을 맡겼다는 점 △한국서부발전 소속 노동자가 한국발전기술 노동자에게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지 않은 점 △한국발전기술이 소속 노동자의 근태를 관리한 점 등을 들어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없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 없어 근로자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는 무죄라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발전소의 안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고 형사 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을 양형 이유로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한국서부발전 소속 직원들은 물림점에 대한 방호조치가 없음을 미필적으로 인식하면서도 묵인했고 고용노동부의 작업중지 명령을 받았음에도 컨베이어벨트를 가동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했다"며 이들의 안전조치 미이행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또한 △컨베이어벨트의 위험성을 고려한 방호조치를 갖추지 않음 △노동자가 2인 1조로 컨베이어벨트 점검작업 등을 하게 해야 하지만 김용균 씨가 혼자 하도록 함 △노동자가 점검작업 등을 할 때 컨베이어벨트의 운전을 정지시키지 않는 등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도 인정했다.
한국발전기술 소속 임직원 역시 고(故) 김용균 씨의 상급자로서 노동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고 이를 위해 한국서부발전에 설비 개선·인력 증원을 요청하는 등의 의무가 있음에도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됐다.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씨는 선고가 이뤄진 뒤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은 안전한데 왜 죽었는지 모르겠다는 이율배반적 얘기로 성립될 수 없는 얘기"라며 "재판을 왜 하는 것인가, 억울한 사람들을 제대로 밝혀주기 위해 열리는데 가해자는 다 빠져나갔다"라고 밝혔다.
이어 "최후의 보루인 법이 우리를 보호해주지 않는데 나라가 왜 존재하는가"라며 "절대 인정 못 하고 항소해서 대법원까지 가서 저들을 응징할 수 있도록 힘내서 달리겠다"고 덧붙였다.
한국발전기술은 한국서부발전으로부터 태안발전본부에서 석탄을 운반하는 컨베이어벨트 등 연료 환경설비를 운전·점검하고 낙탄 처리 및 사업수행 장소의 청소 등 설비 운전 관련 업무를 위탁받은 하청업체다.
고(故) 김용균 씨는 한국발전기술 소속 노동자로 2018년 12월 10일 밤 10시~11시 낙탄을 처리하고 시설을 점검하던 도중 컨베이어벨트와 아이들러 사이의 물림점에 끼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