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공약점검 ①부동산] 닮은 듯 다른 ‘전국 250만호, 수도권 100만호’…세금ㆍ임대차법 시각차

입력 2022-02-13 11:02 수정 2022-02-1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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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현 정부 공급계획과 중복...부지ㆍ재원 확보 구체성 부족"

<편집자주>이투데이는 경제분야에 초첨을 맞춰 유력 후보들의 정책공약을 비교ㆍ평가하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각 후보들이 앞으로 5년 간 대한민국을 어디로 이끌 생각인지를 공약을 통해 들여다보고 실현 가능성과 효과, 부작용 등을 점검해본다.

(그래픽=손미경 sssmk@)
(그래픽=손미경 sssmk@)

부동산은 문재인 대통령의 아픈 손가락이자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 여론이 높아진 결정적 원인이다. 대선 후보들이 부동산 공약을 말할 때 한 목소리로 "문재인 정부와는 다를 것"이라 강조하는 이유다.

후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공급 확대를 강조한다. 숫자도 비슷하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입을 맞춘 것처럼 "임기 내 250만호, 수도권 100만호 공급"을 제시했다.

다만 공급방식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이 후보는 공공 주도 공급, 윤 후보는 민간 주도 공급에 힘이 실려 있다. 각론에서도 이 후보는 규제강화를, 윤 후보는 규제완화를 강조한다.

우선 이 후보는 250만호 중 최소 100만호를 '기본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입장이다.

기본주택은 무주택자에게 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역세권 등에 3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공공주택이다. 이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주도하는 임대주택이 중심이 될 전망이다.

굳이 집을 소유하지 않고도 고품질의 주택에서 원하는 기간동안 거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 후보의 주택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이 후보는 당내 경선 과정부터 "집값을 안정시키고 집 없는 서민이 고통받지 않게 하려면 공급물량 확대와 투기·공포수요 억제가 필요하다"며 "공급 내용도 고품질 공공주택인 기본주택을 대량 공급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해왔다.

이 후보는 기본주택을 통해 현재 전체 주택의 5% 수준인 장기임대 공공주택의 비율을 1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반면 윤 후보는 250만호 중 공공주도에 50만호 정도만 맡기고 나머지 200만호는 민간주도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윤 후보는 이 후보의 기본주택에 맞서 '원가주택'과 '역세권 첫 집'을 내놨다. 원가주택은 원가로 주택을 분양한 뒤 5년 이상 거주하면 국가에 매각해 시세 차익의 70% 이상을 보장받도록 한 주택이다. 매년 6만호씩 총 30만호를 공급하는 게 목표다.

역세권 첫 집은 역세권에 무주택 가구를 위한 공공분양주택을 공급하는 내용으로 5년간 20만호 공급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윤 후보는 민간 재개발·재건축 관련 규제를 풀어 도심 주요 지역의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부터 "용적률은 높이고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는 전면 재조정해 민간이 참여하는 도심 재개발-재건축을 대폭 허용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시장과 싸운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공공이 모든 걸 주도하고 바꿀 수 있다는 것은 교만"이라고 비판한다. 안 후보는 앞서 서울시장 경선 당시 5년간 주택 74만6천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수도권에 16만∼25만호의 공공주택을 공급해 5%인 공공주택 비중을 20%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고 그 자리에 청년층을 위한 공공주택을 짓는 것을 비롯해 대법원-대검찰청 부지, 용산 철도정비창과 구로차량기지, 용산미군기지 일부 등을 후보지로 고려하고 있다.

후보들의 부동산 규제에 관한 입장도 제 각각이다. 이 후보는 투기 근절을 위한 규제 강화, 윤 후보는 거래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 후보는 임대차3법을 유지하고 국토보유세를 도입해 현재 0.17% 수준인 부동산 보유세 실효율을 1%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 공직자 부동산 취득심사세를 도입하고 비거주용 다주택 소유자의 고위공직 임용과 승진을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실수요자에 대해서는 금융지원을 하고 반대로 비필수 부동산에 대해서는 대출 만기연장을 제한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감면하고 안정적 수입이 없는 실거주자를 위해 과세이연제를 도입해 부담을 줄여준다는 공약도 포함됐다.

윤 후보는 임대차 3법을 개정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전세값을 인상하지 않는 임대인에게는 세제혜택을 주고, 현행 4년까지인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기본 2년으로 변경한다는 입장이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에 한해 종부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또 1주택자에게는 양도세와 재산세 부담을 줄여주고, 다주택자는 양도세 절반을 한시적으로 감면한다는 방침이다. 신혼부부와 청년층의 주택담보대출 주택담보대출비율(LTV)를 80%를 완화하고 민간 임대주택사업을 정상화한다는 공약도 내놨다.

전문가들은 주요 후보들의 공급 확대 원칙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250만호 공급을 공약했는데, 이미 현 정부가 210만호 공급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물량을 포함한 것인지, 추가로 짓겠다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정부도 애를 먹고 있는 부지 확보와 재원 조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한다는 것인지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 전문위원은 "부지 확보와 재원 마련 등의 공통된 문제 외에도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나 분양가상한제 등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면서 "이에 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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