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줄상장 앞둔 이커머스, 상장이 종착역은 아니다

입력 2022-02-14 06:00 수정 2022-02-14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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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헌 유통바이오부 차장

코로나19 팬데믹은 3년째 전 세계에 고통을 주고 있다. 하지만 비 오면 나막신이 잘 팔리고 해 나면 미투리가 잘 팔리듯 산업계에는 위기가 동시에 기회가 되기 마련이다.

팬데믹 위기가 기회로 작용한 대표적인 업계가 이커머스다. 언택트(비대면)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주문량이 급증했고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이를 바탕으로 이커머스 업체들은 대거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SSG닷컴, 마켓컬리, 오아시스마켓 등을 비롯해 H&B(헬스앤뷰티) 스토어인 CJ올리브영도 상장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들은 최근 성장하는 기업답게 모두 조 단위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공모 유망주들이다. 이마트 자회사인 SSG닷컴은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이라는 무게감으로 기업가치가 최대 10조 원으로 점쳐지고 있고, 마켓컬리와 오아시스마켓은 각각 5조 원, 1조 원의 몸값이 예상된다. CJ올리브영도 지난 해 11월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면서 예상 기업가치를 4조 원으로 평가받았다. 이 회사는 상장을 앞두고 최근 사업 모델을 ‘옴니채널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전환한다고 선언하며 이커머스 영역을 넘보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가 줄지어 상장 대열에 합류하는 것은 코로나19 이후 유통업 지형이 크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더 현실적인 이유는 경쟁사보다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 전국 단위 배송망과 물류센터를 갖추는 데 대규모 자금 투입이 필요해서다. 여기에 막대한 적자에도 미래가치를 보고 투자해준 투자자들의 엑시트를 해결해 주려는 것도 중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쿠팡은 이커머스 업체들의 IPO 물꼬를 튼 기업이다. 쿠팡은 지난해 전격적으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관련 업계는 물론이고 한국거래소와 정치권까지 들끓게 만들었다. 상장을 통해 쿠팡은 투자자들에게 쏠쏠한 보상을 했고 향후 수년치 투자금도 확보하게 됐다.

문제는 쿠팡이 상장한 지 1년여가 흐른 현재 주가가 공모가 대비 절반 가까이 빠졌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상장의 과실은 김범석 쿠팡 의장 등 대주주들만 누릴 수밖에 없다. 상장 이후 투자한 투자자들은 이익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쿠팡만의 잘못은 아니다. 온라인 시장 경쟁 심화로 인한 매출 성장률 둔화, 적자 지속 등과 함께 증시 열기가 식은 것도 이유로 꼽힌다. 그럼에도 쿠팡은 주가 부양을 위해 어떤 노력들을 했는지 묻고 싶다.

쿠팡의 행보는 IPO를 서두르고 있는 SSG닷컴, 마켓컬리, 오아시스마켓, CJ올리브영이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누군가 나가떨어지기 전까지 치킨게임을 벌일 수밖에 없는 현재 이커머스 시장 구조에서 당장 사업 확장을 위해서만 상장을 할 경우 뒷날 투자자들의 피해는 불보듯 뻔한 일이다. ‘계산된 적자’라는 표현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이 돈도 결국은 누군가의 투자금이다.

‘닥치고 확장’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만드는 풀필먼트 시스템이 향후 큰 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엄청난 규모로 지어지는 물류센터나 대형 쇼핑몰들이 미래 소비행태 변화에 유령 건물로 전락할 우려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장을 오너가의 승계도구로 활용하는 구태 역시 이제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상장 전까지는 돈을 못 벌어도 성장성을 높게 쳐줬을지라도 상장 후에는 오직 실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car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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