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제부터 채점까지 '총체적 오류' 세무사 시험…"모범답안 공개해야"

입력 2022-02-1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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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시험개선연대가 9일 서울 중구에 있는 서울시의회 앞에서 세무사 시험 불공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사진제공=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
▲세무사시험개선연대가 9일 서울 중구에 있는 서울시의회 앞에서 세무사 시험 불공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사진제공=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

'공무원 특혜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세무사 시험에서 출제부터 채점까지 일부 오류가 드러나면서 시험을 주관한 한국산업인력공단(산인공)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험 모범답안과 운영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세무사 2차 시험 결과가 나온 직후 수험생 사이에서는 "세법학 1부 과목 과락률이 지나치게 높다"며 의문을 나타냈다. 실제 지난해 세법학 1부 과락률은 82.13%로 과거 5년(2016~2020년) 평균 과락률 38.5% 보다 크게 높아졌다. 세무사 2차 시험은 4개 과목 가운데 한 과목이라도 과락(40점 이하)하면 탈락 처리된다.

의문은 '공무원 특혜' 의혹으로까지 번졌다. 세법학 1부 과목은 세무공무원이 면제받는 과목이기 때문이다. 경력 20년 이상 세무공무원이 이 세무사 시험에 응시하면 1차 시험과 2차 시험 중 세법학 1ㆍ2부 과목을 면제받는다. 실제 합격자 706명 중 세무공무원 출신은 237명(33.6%)에 달했다. 2020년 시험에서는 711명 중 47명(6.6%)에 불과했었다. 수험생들의 대량 과락으로 세무공무원이 반사이익을 본 셈이다.

수험생들은 공무원 특혜 의혹과 함께 산인공에 불공정성을 지적하며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세시연)'를 구성해 문제 제기에 나섰다. 세시연은 '과락쇼'가 벌어진 세법학 1부 과목 문제 출제 오류를 비롯해 출제자의 적정성, 채점 오류 등을 지적하고 있는 중이다.

문제가 된 세법학 1부 과목에서 4번 문항 2번 물음은 현직 세무공무원과 세무사 등 실무자만 이용할 수 있는 ‘이택스코리아’에 먼저 실린 문제와 유형이 비슷했다. 특히, 이 문제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 저당권이 설정된 재산의 부담부증여 사례를 제시하고, 증여재산가액과 증여세 과세가액의 계산 과정에 관한 내용이지만 전문가들은 증여로 제시된 사례가 ‘양도’의 정의에 부합하다고 꼬집었다.

▲수험생 A 씨가 '20x4년 말 부채장구금액'에 8만7400을 써넣고 가채점에서 틀렸다고 표시했다. 하지만 그는 이 과목에서 만점을 받았다. (사진제공=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
▲수험생 A 씨가 '20x4년 말 부채장구금액'에 8만7400을 써넣고 가채점에서 틀렸다고 표시했다. 하지만 그는 이 과목에서 만점을 받았다. (사진제공=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

회계학 1부에서는 채점 오류까지 발견됐다. 주관식 단답형 형태인 회계학 1부에서 답안지에 오답을 써넣고 해당 과목 만점을 받는가 하면 같은 답을 쓴 수험생끼리 다른 점수를 받았다. 세시연은 산인공에 방문해 답안지를 직접 열람해 이 사실을 확인했다.

폐쇄적인 운영방침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산인공은 수험생 답안지 확인 횟수를 1회로 제한하는 데다, 수험생들의 민원에 "문제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 감사를 이유로 책임감 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감사 역시 결과 발표가 지연되고 있어 수험생들은 감사원 감사를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고 토로한다.

산인공 관계자는 "고용부 감사 중이며 감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수의 응시자가 답안 내용을 여러 번 열람 후 암기해 답안을 복기할 경우, 다수 답안지 내용과 채점 결과가 한 곳에 취합돼 상호 비교하는 일이 가능해진다"며 "시험 결과에 대한 다수의 이해관계자로부터 제기될 수 있는 시시비비에 휘말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은 시험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련의 의혹 제기도 시험 탈락을 취소해달라는 취지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세시연 관계자는 "모범답안과 기준을 공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논술도 채점 기준을 공개해야 결과에 대해 수험생들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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