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수소경제에 필수?…미국·유럽, 원자력 유래 ‘제4의 수소’ 상용화 나서

입력 2022-02-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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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원전 운영업체, 연내 수소 생산 계획
영국·프랑스 등도 적극적
두산그룹, 원전 발전 중 나온 수증기 활용 새 기술 개발
저비용·탈탄소 양립 가능성에 주목

원자력발전이 탈탄소 시대 주목받는 미래 ‘수소경제’ 창출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원자력발전소 전력으로 제조하는 수소 상용화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소개했다.

전력 대기업이자 미국 최대 원전 운영업체 컨스텔레이션에너지는 수소 제조장치 업체 노르웨이 넬하이드로젠 등과 오는 12월 뉴욕주 나인마일포인트 원전에서 수소 생산을 시작한다. 여기서 제조한 수소는 수송연료 등으로 쓰일 예정이다.

조 도밍게스 컨스텔레이션 최고경영자(CEO)는 “수소는 우리의 발전소에서 탄소를 제거하기 위한 핵심 요소”라며 “원자력은 탄소 배출을 제거하려는 회사의 노력과 기후변화에 맞서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계획 모두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탈탄소를 방패로 원전의 복권을 노린다.

애리조나주와 오하이오주 등 다른 지역에 있는 원전에서도 수소 제조 프로젝트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해당 계획들을 지원하는 미국 에너지부의 데이비드 터크 차관은 “탄소가 없는 미래로의 이행을 촉진하기 위해 저렴하고 깨끗한 수소를 생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스웨덴 전력회사 OKG가 지난달 남부 원전에서 수소를 제조해 독일을 본거지로 하는 공업가스 대기업 린데에 공급하기로 했다. OKG의 요한 룬드베리 CEO는 “초기는 비교적 소량이지만, 우리는 제조설비와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비즈니스를 확대할 수 있는 큰 잠재력이 있다”고 자신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수소 전략에서 수소를 제조하는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 등과 함께 원자력을 명기했다. 차세대 원전인 소형 모듈 원자로(SMR) 개발에 나선 롤스로이스는 이를 수소 제조에도 활용한다고 밝혔다.

프랑스도 적극적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0일 “2050년까지 원자로 6기를 신설한다”고 발표하면서 원전을 통한 수소도 차세대 에너지로 활용하겠다는 의향을 나타냈다.

러시아 국영 원자력회사 로스아톰은 2023년 서부 코라 원전에서 수소 제조를 시작한다. 이 업체는 2021년 프랑스전력공사(EDF)와 원자력을 활용한 수소 제조에 협력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탈탄소 사회로의 이행을 맞아 러시아 정부는 수소를 천연가스와 석유에 이은 수출 품목으로 키울 계획을 내세우고 있다. 2024년까지 수소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2050년까지 세계 수소시장의 강자로 발돋움하는 것이 목표다. 이미 국책으로 원전을 추진하고 있어 로스아톰은 원자력과 수소라는 두 영역의 중심에 있게 된다.

한편 원전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온 고온의 수증기를 사용해 수소를 제조하는 기술도 개발이 진행된다.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추출하는 기존 방법보다 효율이 좋고 비용면에서도 유리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 두산그룹이 지난해 이 기술을 이용해 수소를 제조하기 위한 설비를 경상북도 울진 원전에 설치한다고 밝혔다.

탈탄소 시대 에너지원으로 기대되는 수소지만, 시장에서 유통되는 수소 대부분은 천연가스 등에서 추출한 화석연료 유래의 ‘그레이수소’다. 1kg당 1달러(약 1100원) 정도로 저렴하나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재생에너지로 발전한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만드는 ‘그린수소’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제조비용은 1kg당 5달러가 든다. 재생에너지 보급으로 그린수소 비용이 내려갈 때까지는 그레이수소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회수하는 ‘블루수소’가 주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원전 전기로 제조하는 ‘제4의 수소’는 우라늄 연료의 색을 따서 ‘옐로우수소’나 ‘핑크수소’로 불리며 저비용과 탈탄소를 양립하는 기술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분석으로는 1kg당 2.5달러로, 2달러 이하의 블루수소보다 약간 높은 정도다. 여기에 안전적으로 대량의 전기를 만드는 원전의 강점도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해 향후 10년 이내 비용을 1달러 이하로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며 기업들에 적극적으로 보조금도 지원하고 있다.

다만 방사성 폐기물 문제 등으로 원전에 대한 반발이 여전히 강하다는 것은 걸림돌로 지적된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은 유럽연합(EU)의 원전회귀에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원자력발전량은 전년 대비 4% 감소한 2553테라와트시(TWh)에 그쳤다. 협회는 지난 몇 년간 정지한 원자로 대부분은 기술 면이 아니라 정치적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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