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최고경영진과 대화 원한다"…파업 여부 놓곤 '한 발 후퇴'

입력 2022-02-16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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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경영진과 직접 협상 요구한 노조 공동교섭단
파업 여부 대해선 유보적 모습
임금 구조 개편·휴식권 보장 강조
노조 "대화 나서지 않을 시, 계열사 노조와 힘 합할 것"

▲전국삼성전자 노동조합은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삼성전자노조 조정 결과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우리 기자 @we1228)
▲전국삼성전자 노동조합은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삼성전자노조 조정 결과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우리 기자 @we1228)

삼성전자 노조가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회사 최고경영진에 공개 대화를 제안했다. 지난 14일 쟁의권을 확보한 이후 첫 입장 표명이다.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파업 가능성에 대해선 노조는 “아무도 파업을 원하지 않는다”며 일단 유보하는 태도를 취했다.

다만 대화 제안을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삼성전자뿐 아니라 교섭을 진행 중인 다른 계열사 노조와 함께 파업 등 단체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파업 리스크'가 삼성그룹 전반으로 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16일 오전 전국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삼성전자노조 조정 결과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현국 전국삼성전자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은 “2021년 임금복지교섭과 관련해 최고경영진과 대화를 원한다”며 “아무도 파업을 원하지 않는다. 회사에서 원한다면 노조는 언제라도 만나러 가겠다”고 했다.

노조가 언급한 '최고경영진'은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한종희 부회장, 경계현 사장 등 각 사업부 수장들을 지칭한다. 이 위원장은 “만일 대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전국에 있는 모든 삼성 그룹사 노조들이 총 연대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노조 조합원 수(약 4500명)가 전체 임직원 대비 4%에 불과한 만큼, 단독 파업 시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노조는 이날 오후 추가적인 단체행위 지침과 관련한 공동교섭단 회의도 이어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노조는 지난해 임금협상안 쟁점이 수천만 원에 달하는 성과급이 아니라고 밝혔다. 업계 안팎에서 제기된 “삼성 노조 협상안이 요구하는 성과급이 8000만 원에 달한다”는 비판에 반박한 것이다.

김성훈 삼성전자노조 동행 위원장은 “삼성전자는 임직원 간 임금 격차가 매우 크고, 심각한 격차를 축소하기 위해 계약 연봉을 정률이 아닌 정액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게 주요 주장”이라고 했다.

기존 잘 조명되지 않았던 휴식권도 중요한 안건이라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전자는 '여름휴가'가 단 하루도 없는 기업”이라며 “삼성전자 직원들이 최소한의 휴식을 취하며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단 삼성전자 노조가 당장 파업에선 한발 뒤로 물러나면서, 당분간 노사 관계는 기한 없는 교착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는 물론, 비노조 직원들도 파업 때문에 반도체 라인이 멈춰서는 걸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파업은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회사와 노조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계속해서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지난해 8월 삼성전자 공동교섭단은 창사 이래 최초로 사 측과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당해 10월부터 임금교섭을 진행했지만 5개월 만에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이에 노조는 지난 4일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고, 이달 11일과 14일 2차 조정회의를 거쳤지만 결국 '조정 중지' 결정을 받았다. 조정회의에선 노조와 사 측의 원론적인 의견 제시가 반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노조의 지난해 임금협상 요구안은 직원 계약 연봉 일괄 1000만 원 인상, 자사주(1인당 약 107만 원)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격려금 지급(1인당 약 350만 원), 영업이익의 25% 성과급 지급 등이 골자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사내 자율기구인 노사협의회에서 결정한 7.5%의 인상률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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