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무진의 한반도와 세계] 북한의 몰아치기식 미사일 발사 이후

입력 2022-02-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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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북한은 지난해 연말 노동당 제8기 제4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불안정해지고 있는 조선반도의 군사적 환경과 국제정세의 흐름은 국가방위력 강화를 잠시도 늦춤 없이 더욱 힘있게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다사다변한 국제정치정세와 주변환경에 대처하여 북남관계와 대외사업 부문에서 견지하여야 할 원칙적 문제들과 일련의 전술적 방향들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외교안보분과위원회에서 충분한 토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칙적 문제·전술적 방향 등 모호한 표현을 쓴 것은 수위조절의 느낌을 준다. 원칙적 문제는 이중잣대 철회, 적대시정책 철폐 등 대남·대미 선결조건인 것으로 추정된다. 전술적 방향은 대결 중시의 강대강과 대화 중시의 선대선 등 선결조건 충족을 위한 행동지침인 것으로 분석된다. 강대강 선대선의 메시지는 엄격한 선결조건이 아니라 성의만 보여주면 대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지난 1월 몰아치기식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한 달 동안 7차례 11발의 미사일 발사는 아주 이례적이다. 목적은 기술개선시험·검열사격훈련·검수사격시험 등 세 가지라고 주장한다. 검열사격훈련은 전투준비태세·화력임무수행능력 등 실전능력 훈련에 방점이 있다. 검수사격시험은 여러 개의 미사일 가운데 무작위로 골라서 무기체계의 정확성·안전성·효과성을 시험한다고 한다. 1월 5일 첫 번째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는 기술개선시험이라고 주장한다. 11일 두 번째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는 기술적 발전을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확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14일 철도기동연대의 미사일 발사는 실전능력 판정을 위한 검열사격훈련이라고 주장한다. 17일 전술유도탄 발사는 검수사격시험의 일환이라고 강조한다. 25일 장거리순항미사일과 27일 지대지전술유도탄 발사는 기술개선에 방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30일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는 검수사격시험이라고 강조한다. 기술개선시험은 국방과학원과 군수공업부가 주도하고 검열사격훈련은 국방과학원과 인민군이 주도하며 검수사격시험은 국방과학원과 제2경제위원회가 주도한다. 무기기술은 군수공업부, 검열훈련은 인민군, 검수시험은 제2경제위원회에서 관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17일 전술유도탄을 발사하고 19일 당 정치국회의를 개최했다. 미사일 발사와 정치국회의의 연관성을 시사한다. 정치국회의에서 “현 조선반도 주변정세와 일련의 국제문제들에 대한 분석보고를 청취하고 금후 대미 대응방향을 토의하였다”고 밝혔다. 토의·결정 내용은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엔진시험장·미사일발사대의 폐쇄를 전면 재고하고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모라토리엄을 신속하게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처음부터 몰아치기식 미사일 발사 계획을 세우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내부적으로 국방력 강화를 이끌고 대외적으로 관심 끌기·존재감 과시를 통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기술이 개선된 극초음속 미사일 1발의 시험만을 계획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한 우리 군의 평가절하에 따른 반발로 갑자기 김정은 위원장의 직접 참관하에 두 번째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를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두 번째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를 최종시험이라고 하면서 마무리하려고 했으나 미국의 새로운 독자제재라는 복병을 만났다. 이때부터 무슨 검수니 검열이니 하면서 몰아치기의 시동을 건 것으로 판단된다. 급기야는 당 정치국회의를 통해 대미 강대강 전략을 선택하고 핵·ICBM 모라토리엄 해제 검토에 이르렀고, 마침내 해제 전 단계로서 중거리탄도미사일인 화성12형 카드를 꺼낸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향후 수순 전망은 그리 어렵지 않다. 동창리에서 대형 엔진 시험과 발사대 복구, 태양절 열병식을 통한 무력시위, 당회의에서 모라토리엄 해제 결정, 인공위성 또는 화성17형 시험 발사 등 최악의 수순으로 연결될 듯하다. 베이징동계올림픽 기간에는 유엔의 휴전결의 정신과 우방국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서 미사일 발사와 같은 자극적인 행동은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3월 우리의 대선과 베이징패럴림픽이 끝나고 한미군사훈련과 북한의 태양절 행사가 겹치는 4월이 한반도 정세 변화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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