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외교적 보이콧과 개막 당일 시진핑 주석이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별도의 정상회담을 갖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확장에 반대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하여 분명한 편가르기를 보여준 것도 이러한 분위기에 일조를 한 것이라 생각된다. 공동성명에는 없지만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추가로 천연가스를 도입하기로 하여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러시아의 경제부담을 덜어주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가스 소비의 40% 정도를 러시아에 의존하던 유럽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도입처를 다변화하려고 하자 중국이 원유, 가스 등 에너지 수출에 의존하던 러시아에 경제적인 우군이 되어줄 것을 약속한 셈이다.
2022년의 세계경제는 중국-러시아-북한과 미국-유럽-호주-일본의 동맹 간 대결이 가시화되면서 ‘통상의 안보화’ 경향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경제는 이러한 환경 변화에 따른 리스크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시장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받고 있다.
첫 번째 리스크 요인은 중국이다. 사드(THAAD, 종말단계고고도지역방어체계) 배치 이후 우리 정부가 ‘3불(不)’(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제(MD)에의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를 하지 않는다는 뜻)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우리 기업에 대해 규제를 계속하고 시장진입 허가 또한 지연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내수용 판매에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품목을 제외하고 중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여타 수출 제조업은 이제 중국을 떠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 SK하이닉스 사례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반도체의 경우도 10나노 이하급 첨단 제조장비는 미국의 반대로 중국 내 도입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중국 내 생산은 범용, 비첨단 제품만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보다 더 큰 중국 리스크는 요소수, 희토류와 같이 중국에 수입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품목에 대한 대책이다. 지난 2019년 일본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는 일본 기업이 국내에 합작투자를 통해 규제를 우회함으로써 무력화할 수 있었지만 공산당의 통제를 받는 중국 기업의 경우는 기대난이다. 따라서 중국에 수입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소재에 대해서는 도입처 다변화나 해외 자원개발을 통하여 안정적인 공급원을 확보하고, 국내 생산이 가능하지만 가격경쟁력이 없어 포기한 필수재에 대해서는 국내 공기업을 활용한 공급방안 등의 다각적인 대책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본다.
이와 더불어 동맹 가담의 방법 또한 신중하게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992년 중국과 수교 당시 대만에 대한 단교 과정의 미숙한 처리로 대만인들의 우리에 대한 인식이 현저히 나빠진 전례가 있다. 고차원적인 외교란 납득할 만한 원칙에 근거하여 동맹 참여를 추진하되 기존 관계국과의 단절 과정에서 적대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한국의 안보동맹으로서 미국과의 동맹에 가담하되 중국과 기존의 경제관계는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정경분리 원칙을 세워 그들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격화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대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에 대해 미국과 유럽이 전례 없는 동맹 결속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행동은 동아시아, 특히 대 한반도 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이다.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도 미국이 유럽에서와 같이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확실하게 동맹으로서의 태도를 보여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 4자 안보대화)와 경제동맹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에 우리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