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의 민간 기업인 출신’으로 지난해부터 한국무역협회를 이끈 구자열 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1년간 구 회장은 무역 현장을 누비며 업계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했고, 협회의 존재감도 한층 키웠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21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구자열 회장이 지난해 2월 제31대 무역협회장에 취임할 당시부터 업계의 기대감은 컸다. 구 회장이 수십 년간 무역 현장을 직접 경험한 정통 ‘상사맨’ 출신이라서다.
무역협회 회장은 1999~2006년 재임한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물러난 뒤 줄곧 정부 관료 출신이 맡아왔다. 관행에 따라 지난해에도 전직 고위 관료가 회장으로 거론됐지만, 코로나19 위기로 수출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경험이 풍부한 기업인 출신이 수장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으며 구 회장이 추대됐다.
구 회장은 1978년 평사원으로 LG상사의 전신인 럭키금성상사에 입사해 미국,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경험을 쌓았다. LG증권(현 NH투자증권)에서 국제부문 총괄 임원을 역임하는 등 국제금융 분야도 거쳤다. 이후 2001년 LS전선 재경 부문 부사장에서 2008년 LS전선 회장으로 승진했고,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는 LS 회장으로 그룹을 이끌어 왔다.
구 회장은 취임 당시부터 현장을 강조했다. 취임사에서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해 경쟁력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나 제도는 개선될 수 있도록 하겠다.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힐 정도였다.
공언대로 구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무역 현장을 찾아 업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전달했다. 지난해 3월 첫 일정으로 국무총리를 만나 해외 출장을 자주 다니는 기업인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우선 접종해달라고 건의했다. 코엑스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전시업계의 어려움을 청취한 뒤 전시회 개최를 위해 방역 수칙을 완화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후 청와대 정책실장을 만나 정부 차원에서 공급망 재편에 대응해줄 것을 당부했고, 국회의장에게는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건의했다.
업계의 코로나19 위기 극복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물류 대란이 벌어지자 직접 HMM, 고려해운 등 선사를 방문해 중소 수출기업의 선복(짐을 싣는 공간) 확보에 도움을 요청했다.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을 찾아 화물기에 중소기업 전용 공간을 제공하는 무역협회 사업을 점검하기도 했다.
무역협회의 존재감을 키워 5대 경제단체로서의 입지도 탄탄히 했다. 삼성물산, 넥센타이어, 동화그룹 등 대기업을 회장단으로 새로 영입했고, 전국에서 순회 간담회를 열며 지역 기업인과 소통에도 나섰다. 중대재해처벌법,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활동지침 개정 등 정부의 주요 정책마다 다른 경제단체와 보조를 맞춰 함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구 회장이 협회를 이끈 지난해 한국의 연간 수출액은 사상 최대인 6445억 달러를 기록했고, 세계 무역 순위도 9년 만에 8위로 상승했다. 공급망 교란과 코로나19, 물류 대란 등 위기 속에서 이뤄낸 성과다.
올해 구 회장은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와 현장의 코로나19 어려움 해소에 집중할 계획이다. 구 회장은 지난해 11월 LS그룹 회장직을 내려놓으며 “무역협회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