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에 대러 제재 현실화...원자재 비상에 소용돌이 휩싸인 세계 경제

입력 2022-02-2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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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세계 최대 밀 생산국...밀 가격 이달 들어 급등
터키와 이집트 등 중동과 아프리카로 위기 확산 조짐
니켈과 팔라듐, 석유 등도 최근 가파른 상승세
원자재 아닌 제조업 등에선 역할 비중 작아

▲우크라이나 루간스크에서 19일 정부군이 폭격 맞은 건물 주변을 살피고 있다. 루간스크/AP뉴시스
▲우크라이나 루간스크에서 19일 정부군이 폭격 맞은 건물 주변을 살피고 있다. 루간스크/AP뉴시스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서방사회 제재가 현실화하면서 원자재를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됐다. 당장 주요 원자재 가격이 이달 들어 상승하고 있어 유럽뿐 아니라 중동과 아프리카 등 세계 전역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밀부터 알루미늄, 니켈, 원유, 천연가스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후 상승했던 원자재 가격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더 치솟을 조짐을 보인다.

이들 원자재는 그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많은 양이 생산된 터라 세계 경제도 긴장하고 있다.

우선 밀의 경우 러시아가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 우크라이나와 함께 전 세계 수출량의 약 4분의 1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달 말 부셸당 760달러(약 91만 원) 선에서 거래되던 세계 밀 가격은 지정학적 불안감에 이날 812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이에 이집트와 터키 등 전체 밀 수입량의 70% 이상을 이들 국가로부터 조달하는 곳들은 불안에 떨게 됐다.

특히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겪는 터키에 추가 비용 부담이 생기면 중동과 유럽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위험이 크다. 지난달 터키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48.69% 상승해 2002년 4월 이후 최대로 치솟았다. 여기에 아프리카도 우크라이나산 밀과 옥수수 상당 부분을 수입해온 탓에 경제 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할 위기에 처했다.

옥스퍼드대의 이안 골딘 교수는 “가난한 국가들은 음식과 난방에 더 많은 소득을 지출하는 편”이라며 “유럽의 곡창지대로 불리는 우크라이나는 밀과 옥수수 수출의 40% 이상을 중동과 아프리카로 보내고 있어 추가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가스나 알루미늄, 니켈 등 이미 공급난 현상을 겪으면서 가격이 급등세인 다른 원자재도 문제다. 자동차 배기 시스템과 휴대폰 등 생산에 활용되는 팔라듐 가격은 세계 최대 금속 수출국인 러시아의 공급 불안에 최근 몇 주간 치솟았다. 철강과 전기차 배터리에 활용되는 니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세계 니켈 가격은 지난달 말 톤당 2만3000달러를 밑돌았지만, 이날 톤당 2만4871달러에 거래됐다. 볼보의 라스 스텐크비스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번 주 기자회견에서 “업계에 매우 심각한 일”이라며 “상황을 매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이 천연가스의 40%와 석유의 25%를 러시아에서 공급받는 것도 문제다. 유가는 수급 불안정을 이유로 강세를 보인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과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각각 3%, 1%대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원자재를 제외한 제조업 등 기타 분야에선 생각보다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러시아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작다는 이유에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행정부 시절 대통령 경제고문이었던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러시아는 석유와 가스를 제외하면 세계 경제에서 엄청나게 중요하진 않다”며 “그저 큰 주유소”라고 꼬집었다.

NYT는 “물론 주유소가 폐쇄되면 그곳에 의존하는 사람들에겐 큰 피해가 갈 수 있다”면서도 “제조 강국이자 복잡한 공급망이 긴밀하게 엮여 있는 중국과 달리 러시아는 세계 경제에서 작은 나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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