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위기의 알리바바, 어디로 갈까

입력 2022-02-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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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의현 영남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

호되게 당했다. 2020년 늦가을 알리바바의 마윈은 앤트파이낸셜을 상장하여 중국 핀테크 산업의 선두주자로 나서고자 했지만,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제재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어 작년 봄에는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중국 정부로부터 3조 원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대마불사. 마윈은 아마도 이걸 원했을 것이다. 알리바바는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기업이고 공산당에 적극 협조해 왔다. 그 역시 해외에서는 시진핑 주석에 이어 두 번째로 영향력 있는 중국인으로 대우받았다. 하지만 조직의 보스는 부하들에게 절대 복종만을 요구할 뿐, 2인자와의 협상은 없었다. 그렇게 마윈과 알리바바 모두에게 절체절명의 위기가 찾아왔다.

알리바바는 중국의 여러 테크기업 중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라는 평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중국 민간기업의 혁신은 사회주의 제도의 빈 공간 속에서 이뤄졌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새로운 수요가 발생하지만, 처음 만들어진 공간이기에 정부의 규제나 간섭이 없는 최적의 비즈니스 환경이 조성된다. 이렇게 무주공산의 온라인 공간에서 알리바바는 폭발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1999년 창업한 알리바바는 2003년 타오바오몰을, 2008년 티몰을 설립하면서 단숨에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을 장악했다. 2015년 알리바바의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은 78%에 달했다. 그러나 이 같은 압도적 1인자의 지위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창업 초기부터 경쟁관계에 있던 징둥은 가전 판매에서의 강점을 바탕으로 끈질기게 알리바바를 추격하였고, 최근에는 공동구매 방식을 내세운 핀둬둬가 급성장하고 있다. 그 결과 2021년 알리바바의 점유율은 51%로 떨어졌다. 알리페이 대신 위챗페이, 타오바오 대신 징둥닷컴, 중국 소비자가 대안을 찾는 순간 알리바바는 중국 사정당국의 칼날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빠른 시일 내에 살 길을 찾아야 한다.

최근 필자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6년간 알리바바의 주주서한(letter to shareholders)을 대상으로 텍스트 마이닝 분석을 하였다. 주주서한에는 한 해 동안의 경영 성과와 함께 앞으로의 경영 방향과 전략이 언급된다. 일반적인 단어들 사이에서 두 개의 키워드가 눈에 들어왔다. 하나는 ‘클라우드’로 6년 내내 꾸준히 언급되었고, 다른 하나는 2021년 주요 단어로 등장한 ‘글로벌’이다. 이를 통해 다음과 같이 알리바바의 향후 비즈니스 전략을 예측해 본다.

첫째, 알리바바가 현재 중국 내 1위인 클라우드 사업을 본격 확충할 가능성이다. 2021년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사업 수입은 전년에 비해 50% 증가했다. 전자상거래를 통해 발생하는 빅데이터를 관리하고 고객 기업에 제공하는 사업은 성장 잠재력이 풍부하다. 다만, 현재 클라우드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입이 전자상거래 수입의 10%에 불과하여 아직 그룹 전체를 견인할 힘은 약하다. 더 큰 문제는 중국 정부가 지난해 여름 국유 부문의 빅데이터를 민간기업이 관리하지 못하도록 법제화했다는 것이다. 시장은 무궁무진한데 알리바바는 구경만 해야 할 처지다.

둘째, 동남아 시장으로 진출할 가능성이다. 중국 시장에서 경쟁이 심해지고 정부 간섭이 지속된다면 동남아와 같은 개도국 전자상거래 시장을 노려볼 수 있다. 알리바바는 이미 2012년 싱가포르에 라자다(Lazada)라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세웠다. 알리바바 그룹의 전체 수입에서 해외 판매 비중은 5% 수준(2021년 9월말 기준)으로 아직 높은 편이 아니다. 그런데 해외 시장에 본격 진출하려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현지 공급망 확충이 필수적이고, 이는 투자의 현지화를 의미한다. 남의 나라 유통시장 진출은 한국 기업이 중국과 베트남 시장에서 고전한 경험에서 보듯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동남아 기업들을 상대로 한 클라우드 사업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동남아 기업들은 빅데이터 관리 능력이 부족하므로 알리바바의 접근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 사업 역시 정치 이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최근 영국 비밀정보국(MI6)의 리처드 무어 국장은 러시아의 군사력보다 중국의 서방세계 데이터 접근이 더 위협적이라고 언급했다(더 이코노미스트 1월 20일자). 미국과 영국이 알리바바에 데이터를 위탁한 동남아 기업과 자국 기업의 거래를 허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공산당이 싫어서 집을 떠나려니 밖에서는 이마에 빨간딱지를 붙이겠다고 한다. 알리바바 입장에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마지막으로 이도 저도 안 되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신사업을 모색할지도 모른다.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와 같은 하드웨어 기술산업으로의 진출이다. 이들 분야는 중국 정부가 투자를 장려하는 업종으로 정부 정책과의 갈등을 피할 수 있다. 초기에 대규모 투자금이 필요하지만 알리바바는 현금자산이 충분한 편이다. 다만, 하드웨어 기술은 지금까지 알리바바가 경험하지 못한 분야라는 점이 걸린다. 알리바바의 미래가 순탄해 보이지는 않지만 이대로 주저앉지는 않을 것 같다. 2022년, 알리바바의 목적지가 어디가 될지 주시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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