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썩은 ‘명장 김치’ 파문…‘명장’의 자격은

입력 2022-02-2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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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대한민국 명장 김순자 한성식품 대표
▲(뉴시스) 대한민국 명장 김순자 한성식품 대표
김치 전문기업이 김치 명장 김순자 씨가 생산한 김치가 변색한 배추와 곰팡이로 김치를 만들었다는 고발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김순자 씨는 나라에서 인정하는 기술자에게 주어지는 ‘대한민국 명장’으로, 명장 명칭에 대한 신뢰에도 타격을 입게 됐다.

김치공장에 곰팡이 배추 가득…직원도 "더럽다"

22일 식약처와 MBC 등에 따르면 공익신고자 A 씨는 한성식품 자회사가 운영하는 충북 진천의 한 김치 공장 1곳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배추와 무를 손질하는 영상을 촬영해 공개했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배추와 무는 대부분이 변색했거나 보라색 반점, 하얀 곰팡이 등이 피어있었다. 작업자들은 썩은 부위를 잘라내며 “나는 안 먹는다”, “더럽다”고 말한다.

공장 위생 상태도 문제였다. 영상 속 깍두기용 무를 담아 놓은 상자에는 물때와 곰팡이가 껴있다. 완제품 김치를 보관하는 상자에는 애벌레 알이 붙어있고, 냉장실에 보관 중인 밀가루 풀에도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A 씨는 지난달 해당 김치 공장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식약처는 이날 문제 김치 공장을 방문해 현장 조사에 들어갔다.

한성식품은 23일 사과문을 통해 “자회사의 김치 제조 위생문제와 관련해 소비자 여러분께 깊은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법적 처분과 관계없이 해당 공장을 즉시 폐쇄하고 원인 규명에 착수한 상태”라고 밝혔다. 자회사 관계자는 “썩거나 먹을 수 없는 부분은 재료 손질 과정에서 전량 잘라내고 폐기해, 완제품 김치에는 쓰지 않았다”며 해명하면서도 “미관상으로 상식선으로 원료 품질이 떨어진 것은 잘못된 일이자 죄송한 일”이라고 사과했다.

김순자 씨는 김치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2009년 식품 명인, 2012년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됐다. 1986년 1명의 종업원을 두고 가내수공업으로 시작, 종업원 300명, 매출액 500억 원이 넘는 강소기업으로 회사를 키운 점도 높이 평가받았다.

2005년 개발한 백년초 김치로 미국 특허와 미국식품의약국(FDA) 품목 승인을 받기도 했다. 명장 선정 당시까지 갖고 있던 특허·실용신안만 20여 건이었다. 지금까지 개발한 김치만 1000종이 넘는다.

대한민국 명장, 품질 보증으로 여겨져…신뢰도 큰 타격

▲(사진 제공 = 대한민국명장회)
▲(사진 제공 = 대한민국명장회)
대한민국 명장은 숙련기술장려법에 따라 선정된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 대통령령으로 정한 38개 분야 92개 직종에서 15년 이상 종사한 사람이어야 하고 △ 해당 직종에서 최고 숙련 기술을 보유했다고 인정돼야 하며 △ 숙련기술 발전이나 숙련기술자 지위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고 인정되는 사람이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될 수 있다.

해당 요건을 갖춘 기술자가 대한민국명장회에 명장 선정을 신청하면 서류, 현장심사를 통해 선정한다.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되면 일시장려금 2000만 원과 함께 매년 동일직종 계속종사장려금이 지급된다. 대한민국 명장 선정자가 1명 이상인 중소기업사업장은 3년간 정기근로감독 면제 특권을 받기도 한다.

1986년부터 선정된 대한민국 명장은 현재까지 총 652명이다.

이렇게 선정되는 대한민국 명장은 일종의 품질 보증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번 논란으로 명장 명칭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

김 씨의 명장 자격 취소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관련법에 따르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명장에 선정되면 자격을 취소해야 하고, 품위 유지의무를 위반한 경우 자격을 취소하거나 계속종사장려금 지급을 3년 이내에서 중단할 수 있다. 단, 선정 취소를 위해서는 청문을 거쳐야 한다.

또한,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 포함)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되면 자격을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품위유지 문제로 퇴출당한 대한민국 명장은 없다. 선정 취소 사례도 단 1건으로 허위서류 제출이 문제가 된 경우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김 씨의 ‘식품명인’ 지정 철회가 가능한지를 검토하고 있는 한편, 대한민국 명장 선정 취소도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명장 제도, 과거에도 논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사실 대한민국 명장 제도에 관한 지적은 과거부터 제기됐다.

대한민국 명장이 심사와 면접 등을 통해 선정되는 것을 두고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비판이 꾸준히 이어졌다. 주관적인 판단하에 수여되는 명칭으로, 의무나 제재 수단 없이 혜택만 받는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친분이나 파벌 등으로 명장으로 선정되거나 심사에 탈락하는 때도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2016년 자동차 명장 선정을 두고 이해 당사자 간 갈등이 일어난 사례가 있었다.

한편, 민간에서 부여하는 유사 명칭이 난립하며 소비자에 혼란을 주기도 한다.

이는 제과·제빵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민간단체가 발급한 명장 호칭으로 베이커리를 홍보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으나 제빵 분야 대한민국 명장은 현재 14명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명장과 유사한 명칭을 쓰는 경우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법률 규정이 있으나 실제로 처벌을 하고 있지는 않아 사문화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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