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말뿐인 '집값 안정화', 이젠 정말 필요하다

입력 2022-03-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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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R 검사 결과 귀하는 ‘양성’입니다. 확진자와 동거인은 공간을 분리해 생활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소에 따르면 나는 집에 혼자서 격리하는 재택치료 일반관리군 대상이었다. 재택치료를 하는 일주일 동안 동거인과 공간을 분리해 생활하라는 문자를 받았다. 문자를 받고선 천만다행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혼자 자취를 하는 나는 동거인이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있다 하더라도 원룸이기에 애초에 분리할 공간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궁금한 마음에 보건소에 공간을 분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물었으나 “매뉴얼에 없어서 잘 모르겠다”는 다소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받았다.

찾아보니 확진자가 따로 격리할 수 있는 시설이 있기는 했다. 다만 매일 10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고위험군이 아닌 이상 쉽게 이용할 수 없었다.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엔 격리시설을 이용할 수도 없고, 형편상 방이 부족해 확진자와 공간을 분리할 수도 없어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았다. 확실히 방 하나 있는 집과 방 다섯 개 있는 집의 격리 생활은 다를 수밖에 없다. 주거환경이 열악할수록 코로나19와 같은 감염성 질병에 대한 대처도 어려운 셈이다.

안타까운 것은 서민들의 주거환경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도시에서 외곽으로, 아파트에서 빌라로, 전세에서 월세로 점차 밀려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 5억7000만 원 수준이었던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현재 11억5000만 원대로 2배 이상 올랐다. 최근엔 크게 오른 집값과 전셋값에 부담을 느낀 서민들이 월세로 몰리면서 월세 역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한 민간 부동산 조사기관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중산층이 중간 가격 수준의 집을 사기 위해선 무려 20.1년간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는 통계도 나왔다.

비단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 어느 때보다 주거환경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집값 안정화가 정말 시급하다.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여야 후보들은 저마다 집값을 잡기 위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연일 홍보하고 있다. 이번 대선 만큼은 절대 ‘표퓰리즘’으로 끝나선 안 된다. 말뿐인 공약이 아닌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서민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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