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로부터 수입하는 2000여 개 품목 중 러시아 의존도가 20% 이상인 제품이 118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철강, 반도체 등 국내 주력산업 관련 품목도 포함됐다. 일부 원유 제품과 철강 원재료 등은 러시아 의존도가 90%를 웃돌았다. 미국과 서방 주요국들이 대(對)러시아 수출통제에 돌입하면서 국내 주력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1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에서 수입한 2075개 품목 중 러시아 수입 비중이 20% 이상인 품목은 118개(5.6%)로 집계됐다. 러시아 수입 비중이 50% 이상인 품목도 62개(2.9%)였다. 이는 국제품목 분류 코드(HS코드) 10단위로 분석한 결과다.
118개 품목의 개별 수입액은 나프타(43억8302만 달러)가 가장 컸다. 러시아산 비중은 23.4%였다. 나프타는 석유화학제품 제조원가의 70%를 차지하는 주요 원자재다. 섭씨 15도 비중이 0.847 초과, 0.855 이하인 석유·역청유는 러시아 의존도가 92.6%(수입액 28억8004만 달러)나 됐다. 유연탄(코크스용탄), 무연탄의 러시아산 비중도 각각 21.5%, 40.8%로 높은 수준이었다.
국내 주력산업 관련 일부 품목도 러시아 의존도가 높았다. 철강 제조에 사용되는 페로실리콘(실리콘 함유량 55% 초과)은 34.6%, 스테인리스강 제조에 사용되는 페로실리코크로뮴은 92.9%가 러시아로부터 수입됐다. 반도체 소재 중에서는 팔라듐의 의존도가 33.2%로 높았다. 러시아는 팔라듐 주생산국으로, 지난해 4억9938만 달러어치가 수입됐다. 이 밖에 반도체 공정용 특수가스인 크립톤과 네온은 우크라이나 수입 의존도가 각각 30.7%, 23.0%였다.
수산물도 러시아 의존도가 두드러졌다. 대게(2억3114만 달러)는 수입품의 100%가 러시아산이었다. 명태(2억4753만 달러)는 96.1%, 대구(9036만 달러)는 93.6%가 러시아로부터 수입됐다.
국내 전체 수입액에서 러시아 비중은 2.8% 수준에 불과하지만, 러시아 의존도가 높은 품목에 대해선 대체 수입처 발굴이 시급하다. 특히 공급량이 줄면서 중장기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우려도 크다.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 국제유가(두바이유)는 이미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한훈 기획재정부 차관보 주재로 열린 제7차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반도체 공정에 활용되는 핵심 품목(네온·크립톤·크세논 등)과 관련해 “업계 자발적으로 재고 보유량을 확대해 단기 수급에는 문제가 없으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수입 장기 중단 시 수급 우려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평가했다.
이에 기업과 핫라인을 즉시 구축해 수급 현황을 세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제3국 수입, 재고 확대, 대체재 확보 등을 통한 수급 안정화를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