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월세 물량 1년 새 34%↑…시장 안정화하나

입력 2022-03-02 17:00 수정 2022-03-0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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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규제에 매물 꾸준히 늘어
3개월 연속 1만건 수준 유지
전셋값도 5주째 내림세 이어가
전문가 "거래 억눌려 가격 하락
전세 안정화로 판단하기 어려워"

▲63빌딩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모습  (고이란 기자 photoeran@)
▲63빌딩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모습 (고이란 기자 photoeran@)

수도권 전·월세 매물이 쌓이고 가격은 내려가고 있다. 8월 ‘임대차3법’에 따라 갱신 계약이 만료되면 4년 치 임차료를 올려받는 집주인이 많아질 것으로 보고 전세난을 예고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대출 규제로 매물이 쌓이고 가격이 내려가자 전·월세 시장이 안정화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온다. 다만 대출 규제 등 수요를 억누른 정책이 해소되면 매맷값과 전셋값은 변동할 가능성이 큰 만큼 전·월세 시장의 안정화를 내다보기엔 아직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

2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수도권의 전·월세 매물은 1일 기준 10만1692건으로 1년 전인 7만5702건보다 34%가량 증가했다. 수도권 전·월세 매물은 지난해 11월 말 10만 건을 넘은 뒤 이날까지 물량이 10만 건 아래로 내려간 날은 열흘 미만으로, 3개월 연속 10만 건 수준을 유지하며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물량이 쌓이면서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내림세로 전환하고 전세수급지수도 90선 밑으로 떨어지며 전세시장 분위기가 반전되는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1월 24일부터 5주 연속 하락해 지난달 21일 기준 –0.05%의 내림세를 기록했다. 서울은 한 달째 하락하고 있고, 경기와 인천은 각각 5주와 6주 연속 내림세다. 이에 따라 지난주 수도권 전세수급지수도 2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90선 밑으로 떨어져 89.7을 기록했다. 특히 인천은 지난주 아파트 전세수급지수가 6.6%p 빠져 90.7로 집계됐다.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전세수급지수는 기준선인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우면 공급이 수요보다 많음을, ‘200’에 가까우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음을 뜻한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전셋값은 급등했는데 대출 규제는 강력해졌고, 그러다 보니 세입자가 없어서 전셋값이 내려간 상황”이라며 “임대인이 요구하는 수준의 임대차 계약과 임차인이 원하는 수준 사이 갭이 커 발생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는 집주인이 점차 늘고 있다. 지난주 아파트 전셋값이 0.11% 하락한 서대문구 홍제동 A공인 관계자는 “전세 매물은 계속 쌓이는데 문의하러 오는 사람이 없다”며 “신축 아파트의 경우 전세 가격을 고가에 많이 내놨다가 잔금 치를 때 다 돼서 빨리 세입자를 받아야 하니까 전세 가격을 많이 내리는 추세다. 그런데도 물량이 예전만큼 빠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물량 적체에 따른 가격 하락 현상을 두고 전세시장 안정화로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판단한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셋값은 매맷값에 따라 결정되는 건데 지금은 대출 규제 등으로 거래가 억눌린 상황”이라며 “이런 억제 요인들이 해소되거나 완화해 매맷값 변동이 생기면 전셋값도 변동할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전·월세 물량이 쌓이고 전셋값이 내려가는 현 상황만으로 전세시장이 안정화 초입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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