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정책 뒤돌아 볼 때…안보 차원에서 적절한 에너지 믹스 필요

입력 2022-03-06 13:20 수정 2022-03-07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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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이 단점 보완하는 에너지정책

▲9차전력수급기본계획 (2020~2034년)설비용량 비중 전망. (자료=산업통상자원부)
▲9차전력수급기본계획 (2020~2034년)설비용량 비중 전망.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발전(원전)에 대한 정부의 정책 변화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탄소중립이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만큼 탄소 배출이 적은 원전을 감축 대상이 아닌 주요 에너지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값이 폭등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해 그린에너지와 병행하는 ‘에너지 믹스’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일각선 러시아의 우크라 원전 포격과 동해 산불에 원전이 위협받는 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기 탈(脫) 원전을 선언했다. 탈원전의 주요 내용은 국내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지 않고 추가 원전도 짓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17년 6월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2019년 12월 월성 1호기 등 국내 원전이 문을 닫았으며 2023년 고리 2호기, 2024년 고리 3호기, 2025년 한빛 1호기 등 2029년까지 12기의 원전이 사라진다.

제9차 전력수급계획(2020~2034년)을 보면 설비용량 비중이 △2020년 원전 18.2%, 석탄 28.1%, LNG 32.3%, 신재생 15.8%, 기타 5.6% △2030년 원전 11.8%, 석탄 18.9%, LNG 32.1%, 신재생 33.6%, 기타 3.6% △2034년 원전 10.1%, 석탄 15.0%, LNG 30.6%, 신재생 40.3%, 기타 4.0% 등으로 변한다. 원전 비중이 8.1%포인트(P) 축소되는 자리를 24.5%P 늘어나는 신재생에너지가 채운다.

특히 북쪽으로는 북한, 동·서·남쪽으로는 바다가 있어 사실상 에너지 고립국인 우리나라는 적절한 에너지 비율, 즉 에너지 믹스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유럽처럼 전기를 다른 나라에서 사 올 수 없기 때문에 편중된 에너지원은 해당 에너지원의 수급 차질 발생 시 자칫 국가 마비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

석탄화력과 원전은 우리 경제의 원동력이었다. 다른 에너지원들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에너지원별 ㎾h당 전력구입단가는 △원자력 56.27원 △유연탄 100.63원 △무연탄 101.94원 △유류 218.12원 △LNG복합 122.37원 △수력 107.65 △양수 140.38 △대체에너지(태양광·풍력) 106.88원 △기타 95.06원 이다. 지난해 이들 발전원 전체 평균 단가가 95.83원이란 점에서 원전은 경제적인 에너지원이다.

원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h당 5.1~6.4g로 수력(360㎿이하 6.1~11g), 집중태양열 및 풍력(7.4g~83g)보다 적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원전의 역할이 제대로 평가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신재생에너지는 태양, 바람은 발전원의 가격이 사실상 제로이며 친환경이지만 언제 끊길지 모르는 간헐성이 단점이다. 야심차게 시작한 수소에너지는 아직 걸음마 수준으로 아직 갈 길이 멀다.다양한 에너지를 적절하게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원전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원전은 경제적이지만 후쿠시마, 체르노빌 사례처럼 대형 사고 가능성이 있다. 우크라 사태와 동해 산불 등 자연재해에 원전 위험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공학부 교수는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자포리아 원전을 공격하고,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이 한울원전을 위협하면서 원전 안전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 간 긴장 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사이버 보안 문제도 세심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원전의 안전성 강화에 나섰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 가동원전 주요 안전설비의 내진 성능을 리히터 규모 6.5에서 7.0로 강화했다. 또 고리원전 해안방벽은 7.5m에서 10m로 높였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우라늄은 여러 나라에서 생산하고 석유나 천연가스처럼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으면서 비축도 용이하다”며 “이 같은 공급안정성이 높기 때문에 안보 측면에서 원전은 꾸준히 일정 부분을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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