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진공폭탄’ 사용 의혹 러시아...국제법 위반 무기 사용했나

입력 2022-03-0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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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군의 포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키예우(키예프) 인근 도시 부차의 모습. (AP/연합뉴스)
▲러시아 군의 포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키예우(키예프) 인근 도시 부차의 모습. (AP/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 보인다. 양국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벨라루스 국경에서 가진 1차 회담은 별다른 성과 없이 종료됐다. 또한 회담 중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지역 등에 대한 폭격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지며 2일로 전망됐던 2차 회담이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처럼 외교적 수단에 의한 전쟁 종료가 어려워지면서 러시아는 다양한 무기를 전쟁에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국제법상 금지된 무기를 사용했다고 주장까지 제기된다.

러시아, 국제법 위반인 ‘진공폭탄’, ‘집속탄’ 사용했나

▲2020년 러시아 군사행진에 등장한 열압력탄(진공폭탄) 발사 차량. (EPA/연합뉴스)
▲2020년 러시아 군사행진에 등장한 열압력탄(진공폭탄) 발사 차량.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무기는 ‘진공폭탄’이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옥사나 마르카로바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미국 의회 보고를 마친 뒤 “그들(러시아군)이 오늘 진공폭탄을 사용했다. 이는 제네바 협약에 의해 금지돼 있다”고 말했다.

본래 ‘열압력탄’인 그 폭발 방식 때문에 진공폭탄이라고 불린다. 열압력탄은 화약의 4분의 1이 연료로, 나머지가 산화제로 구성되는 일반 폭탄과 달리 거의 100% 연료로만 구성돼 폭발력을 키운 무기다. 가연성 물질과 분말가루를 넣은 탄이 목표물에 도달하면 인화성 기체(연료 구름)를 대량으로 살포한다. 살포된 기체는 주변 산소를 빨아들이며 초고온 폭발을 일으키기 때문에 사람의 내부기관에 심한 손상을 입힌다.

러시아는 확산탄금지협약으로 금지된 집속탄(확산탄)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집속탄은 모탄 안에 수백 개의 자탄이 들어있다. 발사된 모탄이 공중에서 폭발하면 자탄들이 넓은 지역으로 분산되며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한다. 이러한 방식은 하나의 대형 폭탄이 터지는 것보다 훨씬 넓은 지역을 일시에 초토화 시킨다. 심지어 공중에서 터지지 않은 자탄이 땅에 떨어진 뒤 대인지뢰처럼 폭발하는 방식으로 추가 피해를 입힌다.

러시아가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진공폭탄과 집속탄은 모두 19세기 후반 이후 전쟁 희생자 보호와 전쟁 수행 행태 규제를 위해 만들어진 국제인도법(전쟁법)에 위배된다. 국제사회는 1868년 페테르부르그 선언 후 소형 폭발탄이나 질식가스탄 등 군인과 민간인에게 인도적 측면에서 과도한 위해를 주는 무기를 금지하고 있다.

진공폭탄 공식 확인되진 않아...미국 등, 추가 제재 예고

▲1일(현지시각) 국정연설을 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1일(현지시각) 국정연설을 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서 진공폭탄 등이 사용됐다는 사실은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 행정부는 러시아의 진공폭탄 사용설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진공폭탄을 발사할 수 있는 다연장 로켓 발사대 TOS-1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과 제2 도시 하르키우(하리코프) 등지에서 목격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또한 전쟁이 길어지면 러시아가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의 거센 저항으로 러시아의 계획보다 전쟁이 길어지며 러시아가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체첸 분쟁과 시리아 침공 등에서 진공폭탄을 사용한 전력이 있다.

심지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TV연설에서 “핵 억지력 부대의 특별 전투임무 돌입을 국방부 장관과 총참모장(합참의장 격)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핵 억지력 부대는 핵무기를 관장하는 부대로, 푸틴은 ‘핵 카드’까지 손에 들고 있는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핵무기까지 사용되는 전쟁이 펼쳐질 수도 있다.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의 핵 위협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추가 제재를 예고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핵전쟁을 우려해야 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다(No)”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또한 1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국정연설에서 “푸틴은 서방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대응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를 분열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푸틴은 틀렸다. 우리는 준비돼 있다”며 “그는 장기적으로 큰 대가를 계속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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