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헤밍웨이 같은 예술가들은 조증 상태에서 많은 작품을 남겼다고 한다. 자신의 믿음과 열정에 심취하여 밤낮으로 몰두하게 되었을 때 마침내 위대한 작품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정신건강 상담 현장에서 이러한 성공모델보다는,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기분 변동으로 고통의 하루를 힘겹게 부여잡아야 하는 생존 모델을 더 많이 만났다.
지구가 공전 궤도를 벗어나지 않고 태양과 적당한 거리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은 모든 생명체의 안녕을 위한 숭고한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최근 지구에 불어닥친 이상기후의 징후들이 수십억 년 동안 유지되어오던 축복을 위협하고 있는 것임을 이제야 깨닫고 있다. 우리의 기분도 일정한 궤도를 유지할 수 있어야 축복이다. 그런데 정해진 기분의 궤도를 벗어나는 정신질환 발병률이 현대인들에게서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상기후는 물론, 이상기분도 우리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지구를 든든하게 끌어당기면서 365일의 축복을 내려주는 태양처럼, 우리 마음도 정해진 궤도를 벗어나지 않도록 끌어당겨 주는 든든한 그 무엇이 필요하다. 그것은 따뜻한 인간관계와 변치 않는 사랑, 바로 마음의 태양일 것이다.
황정우 지역사회전환시설 우리마을 시설장·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