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숫자 공약? 냅다 지르기!

입력 2022-03-0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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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런 숫자를 내세운다는 자체가 후진국형 공약이죠.”

최근 만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코스피 5000’ 공약에 대해 이같이 평했다. 이 후보가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말을 에둘러 표현했다는 뜻에서다. 이 관계자는 “코스피 5000은 아무 의미 없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숫자 공약은 이 후보 전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747’이 있었다. 자칭 ‘경제 대통령’인 이 전 대통령은 당선되면 7%대의 경제 성장, 국민 소득 4만 달러, 세계 7위의 경제 부국을 만들겠다고 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임기 마지막 해 우리는 경제성장률 약 2.8%, 국민소득 2만6000달러, 세계 14위를 기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474’도 빼놓을 수 없다. 박 전 대통령은 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 소득 4만 달러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결과는 잘 쳐줘야 ‘263’이다. 이쯤 되면 숫자 공약의 또 다른 말은 ‘냅다 지르기’다. 희망적이지만 허황된 목표를 제시하고 이로써 유권자를 현혹하는 것이다. 이번엔 주목할만한 숫자 공약이 내내 보수당 후보에서 나오다가 이번엔 진보당 후보에서 나왔다.

보수 후보의 수식어였던 ‘경제 대통령’을 이 후보가 가져다 쓴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 전 대통령의 말로를 보고도 ‘경제 대통령’을 들고나온 이 후보의 자신감을 대단하다고 평가해야 할지, 무지하다고 해야 할지 헷갈릴 정도다. 이 전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하면서 ‘경제’로 국민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했는데도, 15년 만에 또 ‘경제 대통령’이란 단어가 대선에 등장했다. 벌써 피곤함을 느끼는 유권자가 더러 있다.

후보자가 실현할 수 있는 공약을 제시하길 바라는 건 어느샌가 실현 불가능한 얘기가 됐다. 정상의 비정상화다. 예쁘고 달콤한 숫자들이 유권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딱 떨어지는 숫자는 유권자의 귀에 박혀 후보의 긍정적인 이미지에 일조한다. 하지만 그간 숫자를 내세운 결과가 어땠는가. 숫자만 믿고 투표를 하다간 비정상의 정상화는 요원해진다.

아, 그렇다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우리 경제의 답이란 뜻은 아니다. 윤 후보의 경제관은 여섯 글자로 요약할 수 있다. 도이치모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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