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에 대해 SK그룹측은 경영권이 안정화돼 있는 상황에서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비한 유동성 확보 차원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매각금액이 900억원을 넘는 규모라서 SK측이 신성장사업 발굴뿐만 아니라 인수·합병(M&A)이나 계열사 지분 매입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완성을 위한 실탄 마련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4일 최태원 회장은 보유중인 SK㈜ 지분 104만787주(2.22%) 중 1만주를 제외한 103만787주를 매각했다. 사실상 지주회사의 회장이라는 상징적 의미의 지분만을 남겨두고 대부분 매각한 셈이다.
최 회장은 이번 매각으로 총 920억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SK그룹측은 이번 매각을 두고 그룹 지배권이 안정적인 상황에서 세계 경제위기로 발생할 수 있는 유동성 위기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지난 2007년 7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 경영권이 안정화되어 있다"며 "이번 지분 매각으로 최 회장의 그룹 지배권에서는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경제위기를 맞아 만일을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위기 속에서 기회가 됐을 때 사용될 수 있는 투자재원을 사전에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SK그룹의지배구조를 보면 최 회장의 그룹 장악력은 높은 수준이다. 법률적으로 그룹 지배의 정점에 있는 SK㈜의 최대 주주인 SK C&C가 31.82%를 보유하고 있으며 SK㈜가 자사주 13.81%를 보유하고 있다. 그외 SK㈜의 특수관계인들이 확보한 지분은 절반에 가까운 47.56%에 이른다.
특히 최 회장은 SK㈜의 1대 주주인 SK C&C 지분 44.5%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그룹 지배에 영향이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최 회장이 이번 지분매각을 통해 얻은 자금을 활용, 기본의 SK 계열사 지분을 추가 매입해 경영권을 강화하고 순환출자구조를 끊어 지주회사 체제를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그룹 지주회사인 SK㈜를 지배하는 회사라 할 수 있는 SK C&C의 지분은 최 회장 지분 외에도 SK텔레콤 30%와 SK네트웍스 15%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결국 최 회장은 SK C&C를 통해 법적 지주회사인 SK㈜를 장악하고 SK㈜는 주요 계열사인 SK에너지와 SK텔레콤, SK네트웍스를 지배하며,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 등은 다시 SK C&C의 지분을 가진 순환출자 고리로 묶여 있는 구조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가 보유한 SK C&C 주식 전량을 매각해 순환출자 구조를 끊음으로써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하는 동시에 기업가치와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SK그룹 관계자도 "지주회사 체제가 80~90% 완성된 상황인데다 순환출자에 대한 문제도 2개 정도의 고리만 끊으면 된다"고 말해 이러한 분석이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반면 최 회장이 SK증권이나 SK C&C 주식을 사려고 미리 자금을 확보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금산 분리 정책에 따라 SK그룹 같은 산업 지주회사가 금융 자회사를 둘 수 없게 돼 있는 상황에서 지주회사 체제를 마무리하려면 올해 상반기 중으로 SK증권을 매각해야 하는데, 최 회장이 개인적으로 매물로 나올 SK증권 주식을 사들이려고 SK㈜ 지분을 팔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의견도 있다. 정부가 금산분리 완화 정책을 추진하는데다 기존의 공정거래법이 변경될 경우 SK증권을 보유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SK증권을 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최 회장이 개인 지분으로 SK㈜ 주식을 갖고 있을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경영권 강화를 위해 상장을 앞둔 SK C&C 주식을 더 사들이기 위한 자금으로 사용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