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눈높이' 바뀐다…'35층 규제' 과거와 미래는?

입력 2022-03-03 15:30 수정 2022-03-0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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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층 제한 풀었지만 용적률 그대로
"다양한 높이 건축물 다채롭게 배치
답답하고 빼곡하단 느낌 없어질 것"
일각 "집값 다시 자극" 우려의 시선
吳 "토지가격 변함 없어, 걱정 말라"

▲오세훈 서울시장이 3일 서울시청에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3일 서울시청에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스카이라인이 바뀐다. 서울시가 용적률은 그대로 둔 채 ‘한강변 35층 규제’를 폐지하면서 한강변에 다양한 높이의 건축물이 들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강남구 압구정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용산구 이촌동 등 한강변 고가 재건축 단지 아파트의 사업성이 커지며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3일 서울시청에서 서울시의 향후 20년 개발 계획을 담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2040 서울플랜)을 발표했다. 서울도시기본계획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각종 개발 계획의 지침이 되는 최상위 공간계획으로 ‘국토계획법’에 따라 설정된다.

이날 발표된 ‘2040 서울플랜’에는 한강변 아파트 35층 높이를 규제하는 내용을 삭제해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바꾼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서울시는 35층 높이 기준이 없어진다고 해도 건물의 용적률이 상향되는 것은 아닌 만큼 동일한 밀도(연면적‧용적률) 아래 높고 낮은 건물들이 조화롭게 배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35층 높이 기준을 삭제함으로써 창의적이고 유연한 건축을 통해 다양한 스카이라인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면서도 “다만 35층 높이 기준을 삭제한다고 해서 한강변 아파트가 일률적으로 50층으로 높아진다는 것은 아니고 용적률은 그대로 두고 높이 제한만 사라지는 것이다. 덕분에 다양한 높이의 건축물이 다채롭게 배치되고, 기존과 같이 답답하고 빼곡하다는 느낌을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35층 높이 제한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재임 중이던 2014년 만들어진 ‘2030 서울플랜’에 담긴 내용으로, 순수 주거용 건물의 경우 35층을 넘지 못하게 짓는 높이 제한을 뒀다. 그런 탓에 주거지역에서 35층이 넘는 건물을 지으려면 주상복합건물로 짓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과거 오 시장의 1기 시정(2006~2011년)에선 한강변 개발을 활성화하는 정책 아래 대지 기부채납 등을 조건으로 한강변 상업지역은 층수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이에 따라 주거지역은 50층까지 아파트를 지을 수 있었다. 용산구 이촌동 ‘래미안 첼리투스(56층)’와 성동구 성수동1가 ‘트리마제(47층)’는 이렇게 지어진 아파트다.

35층 높이 제한이 폐지되면서 강남구 압구정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용산구 이촌동 등 한강변 고가 재건축 단지 아파트가 가장 큰 혜택을 볼 전망이다. 실제로 35층 높이 제한이 폐지될 것이란 기대감에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에서는 68층, 압구정 2구역 재건축 조합은 49층 설계안이 나왔다.

시장에서는 35층 높이 제한 폐지에 따라 한강변 고가 단지의 재건축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35층 높이 기준’을 삭제해 유연하고 창의적인 건축이 많아지면 한강변과 역세권 일대 스카이라인의 다변화와 사업성 개선이 예상된다”며 “한강 등 수변과 주거지의 네트워크 강화로 여의도·압구정 등 한강변 대규모 정비사업과 연계 개발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서울 내 아파트값이 올해 들어 내림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35층 높이 제한이 폐지되고 정비사업에 속도가 붙으면 집값이 다시 자극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한강변 35층 규제가 풀리고, 창의적이고 다양한 설계가 가능한 건축이 가능해지면 강남 등 재건축 대어 중 최고급 펜트하우스가 생기는 것”이라며 “이런 희소성 있는 주택 공급이 나오면 당연히 집값을 자극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주변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20층짜리 4동 짓는 것과 40층짜리 2동을 짓는 것은, 40층짜리에서 프리미엄 붙는 가구수가 더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니겠느냐"며 "35층 룰 폐지는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에 플러스 알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기우”라며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용적률은 그대로 둔 상황에서 높이 제한이 사라지면 건물이 슬림해진다. 따라서 높이 제한이 사라진다고 해서 환경 부하나 교통 부하는 없을 것”이라며 “그런 점을 감안하면 부동산 가격을 자극한다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 집값 상승은 토지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토지 가격을 자극하는 부작용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40 서울플랜에는 스카이라인 관리 기준은 물론, 용도지역제를 전면 개편하는 내용도 담겼다. 용도지역제는 주거, 업무, 상업 등 땅의 용도에 따라 건물의 높이, 용적률 등을 규제하는 제도다. 시는 땅의 용도를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업무, 여가, 상업, 주거 등이 복합화한 도시 공간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른바 새로운 용도지역체계인 ‘비욘드 조닝(Beyond Zoning)’이다.

다만 이처럼 용도 도입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과 용적률은 그대로 둔 채 높이 제한을 폐지하는 2040 서울플랜의 내용은 각 당의 대선 후보들이 주장하는 공약과 배치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각각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위해 용적률을 500%까지 상향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 후보는 여기서 나아가 최고 용적률이 500%인 ‘4종 일반주거지역’을 신설하겠다고 주장해 용도지역제를 세분화하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오 시장은 “유력 대선 주자들이 용적률 500% 올리겠다, 4종 일반주거지역을 신설해 용적률을 상향하겠다는 것은 도시 행정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무리수”라며 “선거 국면이라 용인되는 제안이고, 그런 방향으로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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