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밥상물가… 작년 엥겔지수 21년 만에 최고

입력 2022-03-03 13:26 수정 2022-03-0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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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이후 최고
작년 식음료 지출, 총소비의 12.86%
여가소비 줄고 물가 크게 오른 영향

가계 소비지출 가운데 식료품·음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인 엥겔지수가 21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침체 여파로 여가소비는 줄고, 집값과 식재료값은 폭등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3일 현대경제연구원은 '2021년 국민계정으로 살펴본 가계소비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가계의 엥겔계수가 12.8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12.85%)보다 소폭 상승했다.

엥겔지수는 2019년 11.37%에서 2020년 12.85%로 급등한 후 지난해 12.86%로 다시 높아졌다. 이는 21년 전인 2000년 13.2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임대료와 공과금 등 이른바 '거주비'가 차지하는 비중인 슈바베계수는 17.94%로 전년(18.56%)보다 줄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최근 5년 내 2020년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엥겔계수와 슈바베계수가 높은 수준을 보이는 원인에 대해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로 가계가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필수 소비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는 소비행태를 가지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코로나 위기 이전인 2018년과 2019년은 가계소비(가계의 국내소비지출)증가율이 소득(국민총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을 상회했다. 그러나 코로나 위기 이후인 2020년과 2021년의 경우 이 관계가 역전됐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는 평균소비성향은 작년에도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즉, 지금의 불황 국면이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에 미래 고용과 소득의 불안정성을 고려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가계의 합리적 소비 동기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엥겔계수 급등은 최근 식료품 물가의 상승에 상당 부분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고서는 판단했다. 식료품 생산의 원자재로 사용되는 농림수산품 수입 가격이 급등하면서 식료품 소비 비중을 높이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체 수입 물가 상승률은 2019년 0.8%에서 2020년 -8.7%의 감소세로 전환되었으나, 2021년에는 17.6%로 크게 높아졌다. 특히, 수입 물가 품목 중 농림수산품 수입물가 상승률은 2020년 0.6%에서 2021년에는 13.5%에 달하고 있다.

수입물가 급등은 국내 소비자물가로 전이된다. 특히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보다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가 더 크게 상승하면서 엥겔계수를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고서는 슈바베계수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건 주택매매가격 상승과 이에 따르는 전·월세 비용 상승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가계 소비의 질적 수준을 정상화하고 전반적인 소비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선 경기 회복세 강화와 민간 고용 시장 회복을 통해 가계 소비 심리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밥상 물가 안정을 위해 불필요한 물가 상승 요인의 억제와 물가 급등 품목에 대한 시장 수급 상황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며 "비생계형 소비인 외식·레저·문화 관련 지출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소비 진작책을 마련해 가계 소비의 질적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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