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安 단일화, 긴박했던 19일간의 '막전막후'

입력 2022-03-03 15:06 수정 2022-03-03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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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2월13일 尹에 '여론조사 단일화' 제안
安, 2월20일 "내 길 가겠다" 완주 선언
尹, 2월27일 "安측, 결렬 통보해" 책임 물어
이후 양측 치열한 공방 이어져
尹·安, 3월3일 새벽 단일화 극적 합의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지난달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지난 일주일 기다리고 지켜보았다. 더이상의 무의미한 과정과 시간을 정리하겠다"며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 결렬을 선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지난달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지난 일주일 기다리고 지켜보았다. 더이상의 무의미한 과정과 시간을 정리하겠다"며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 결렬을 선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안철수,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 "완주할 것"…윤석열 측 "당혹스러워"

지난달 20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정치권에선 '단일화 결단'을 예상했지만, 안 후보는 "내 길을 가겠다"며 단일화가 아닌 완주 의사를 밝혔다. 일주일 전 대통령 후보 등록을 하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제안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대답이 없다"며 내린 결론이었다.

안 후보는 당시 "저는 일주일 전 '또 철수하느냐'는 비판과 조롱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국민들의 정권교체 위한 단일화 열망을 받아들이기 위해 고심 끝에 야권 단일화 승부수를 던졌다"며 "(하지만) 제 제안을 폄하·왜곡시켰고 저희 당이 겪은 불행(선거운동원 사망)을 틈타 후보 사퇴설, 경기지사 대가설을 퍼뜨리는 등 저의 진심을 무참히 짓밟았다. "더 이상의 무의미한 과정과 시간 정리하겠다"고 단호함을 보였다.

안 후보의 폭탄 선언에 국민의힘과 윤 후보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오후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저희로선 오늘 안 후보의 기자회견은 상당히 의외였다"고 했고 이준석 대표는 "단일화 제안을 하다가 갑자기 또 완주 선언을 하셨으면, 그 조변석개하는 입장 변화에 대한 비판은 안 후보님과 국민의당이 오롯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비난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 역시 "어제 안 후보가 얘기하신 것이 굉장히 아쉽다"고 했다.

당시 최대 변수로 떠올랐던 단일화 이슈가 일단락되며 막판까지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와 관련해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투데이DB)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와 관련해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투데이DB)

궁지 몰린 윤석열, 용지 인쇄 전날 '결렬 통보' 밝혀…장제원 '윤핵관' 논란 수면 위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단일화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끊임없이 "어떤 노력이든 이어가겠다"며 여지를 남겼고 안 후보는 시종일관 "시간 다 지났다. 이미 끝났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까지 나서 '정책단일화'을 위한 물밑접촉까지 나섰고 안 후보 지지자들은 내심 '완주'를 응원하기도 했다.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2월28일이 점점 다가오자 국민의힘과 윤 후보는 다급해졌다. 그 사이 양측 실무진은 단일화 협상을 이어갔다. 정치권에선 하루 전 야권 단일화의 1차 데드라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궁지에 몰린 윤 후보는 급기야 27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 사실상 협의를 했지만, 오늘 오전 안 후보로 부터 결렬을 통보받았다"며 단일화 무산에 대한 책임을 안 후보에게 전가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는 "우리 당 의원들과 전권을 부여받은 양쪽 대리인들이 만나 진지한 단일화 협상을 이어왔다"며 "어제는 양측 전권 대리인이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회동했고, 안 후보와 저의 회동 일정 조율만 남은 상태였다"고 했다.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이 과정에서 윤 후보는 단일화 협상경과와 전권 대리인 실명(장제원 의원)까지 공개해 논란이 됐다. 협상 과정을 담은 협상 일지의 제목('정리해서 못만나면 깐다')이 문제가 됐으며, 지난해 국민의힘 경선 당시 윤 후보 캠프 총괄실장을 맡는 등 최측근으로 활동하다 '백의 종군'한다며 직책을 내려놨던 장 의원의 재등장으로 또 다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논란도 불거진 것이다.

이후 양측은 서로 책임을 물으며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윤 후보 측은 "우리가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다. 안 후보측 요구도 다 수용했지만 그쪽에서 거부한 것"이라 비난했으며, 안 후보 측 역시 "단일화 진정성은 어디에도 없다"고 맞받아쳤다.

득은 없고 상처만 남긴 양측의 단일화 협상 과정을 두고 정치권에선 사실상 단일화는 무산됐다고 봤다.

▲야권 단일화에 전격 합의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끌어안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야권 단일화에 전격 합의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끌어안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마지막 TV토론 후 극적 회동…새벽까지 급박 진행 '합의' 이르러

하지만, 두 후보가 사전 투표를 하루 앞둔 3일 극적으로 단일화에 합의한 것이다. 지난 주말 단일화 결렬 선언 후 2일 다시 물밑접촉이 시작됐고, 3일 새벽까지 급박하게 진행됐다.

전날 밤 마지막 대선 TV토론 이후 안 후보는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로 이동해 이 의원에게 회동 관련 내용을 전달 받았고, 장 의원은 윤 후보가 TV토론회 이후 촬영을 위해 이동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스튜디오를 찾아 회동 계획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윤 후보, 안 후보, 장 의원, 이 의원은 이날 0시께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장 의원의 매형집에 모였다. 보안 유지를 위해 경호원 없이 이동했다. 장 의원의 매형은 카이스트 교수로 안 후보가 과거 카이스트 교수로 근무할 때 알고 지낸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 후보 측은 새벽까지 약 2시간30분에 걸쳐 허심탄회한 대화를 이어갔으며, 이 자리에서 안 후보는 아무런 조건 없이 윤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양측은 또한 인수위원회, 통합정부 구성은 물론 대선 이후 당대당 합당도 합의했다.

아울러 두 후보는 함께 단일화와 관련된 공동선언문을 이날 오전 국회에서 발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두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시작으로서의 정권교체, 즉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며 단일화 합의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말 많고 탈 많았던 20여일간의 단일화 이슈는 대선을 코앞에 두고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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